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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 Apr 05. 2024

서평으로 글을 쓰면서 작가를 꿈꾸다.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받은 책들만 해도 상당한 양의 책들을 받아 서평을 썼다. 그렇게 다양한 책들의 서평을 쓰다 보니 나에게 작은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림책 관련 자격증을 따면서 더미북 만들기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더미북을 만들다 보니 더미북이 그림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대하고 그림책 수업에 임했다. 하지만 이 강의가 그림책 만들기 강의가 아니여서 끝마무리까지는 하지 못하고 끝맺음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아쉬움이 남았고 그래서 더 완성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어떻게든 해보고자 다른 강의들을 찾아보았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그림책 만들기 강의 이 강의는 정식으로 그림책을 만드는 강의는 아니었고 개인 소장용으로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드는 취미 수업 있었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강하게 되었는데 기대와 다르게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도 했고 내 생각처럼 그림을 잘 그려지기도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들이 연속적으로 아프기도 해서 조금 미루다 보니 어느새 다른 수강자들은 다 완성을 하고 끝났고 나 혼자 그림책 만들기는 완성하지도 못하고 끝나 버리고 말았다.


강사님이 다음 수강생들 수업 때 연락을 주신다고 했지만, 연락도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단념해 버렸다. 잠시 그림책 만들기는 잊은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생각과는 조금 달랐나 보다. 마음 한쪽에 묻어 버린 그림책 작가의 꿈이, 마음에 묻었다고 생각했던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사실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꼭 이루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다시 한번 힘을 내 다시 그림책 만드는 강의 다시 찾았고 이번에는 그림책을 만들기에서 정식 출판까지 하는 독립출판을 하는 강의를 찾을 수 있었다. 강의하는 작가님은 쾌활하시고 초 긍정적인 마인드에 밝은 에너지가 많으셔서 항상 좋은 피드백을 주시고 하셨다. 그림이 처음인 내게 어떻게 그리든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작가님, 그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고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그림책 스토리를 짜고 더미북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만들기 강의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열심히 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또다시 정신적 혼란이 오는 시간이 왔다. 그림의 그 자도 모르는 나에게 그림이 재미도 있으면서도 너무 어려운 세계였다. 독자를 위해 멋지게 좋은 그림책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커져서 그런지 부담감도 커지고 자신감은 점점 떨려 버렸다. 내 그림을 꺼내 보는 일조차도 싫어져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해져 버렸다.

지도해 주시는 작가님은 지속해서 지지해 주시고 잘한다고 끝없는 응원으로 할 수 도록 끈을 놓지 않으셨지만 좀처럼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글 작가만 할 걸 그랬나? 글도 썩 잘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이렇게 질질 끌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왜 내가 이걸 시작했을까? 그림을 그려 줄 그림작가를 찾아볼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보류하는 거로 하고 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가끔 지나가는 길에 딸이

“엄마, 달곰이 그리고 있어?, 저 구름 많은 하늘에 달곰이가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라며

아이디어를 말하는 딸아이에게 나는 무미건조하게

“응~ “이라고만 대답하는 나였다.


야속하게 시간은 4개월이 훌쩍 흘러가버렸고, 벌써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었다. 작가님이

“우리 달곰이 잘 되어가고 있나요?, 달곰이 세상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잘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완성하려고 목표를 세우고 완성하면 또 느낌이 다르고 다음 작품을 할 때 성장함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맞는 말이고 알고 있지만, 자신이 없다. 아직 더미북도 끝내지 못한 상황.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 온다. 다시 시작하는데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그림을 잘 그려도 쉽지 않은 작업인데 그림도 잘 못 그리는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자신감 없는 내 에너지가 나의 삶 전제를 감싸고돌았다. 무엇을 해도 기운이 나지 않고 성과도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피드마저 저조한 반응들을 보이었다. 이런 상황에 빨간 나무라는 그림책이 생각이 났다. 그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모든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날 지나쳐 가고 끔찍한 운명은 피할 수 없다고…….

오늘이 그런 날인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귀머거리 기계 같은 내 세상에 빠져 버린 것만 같았다.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삶은 참 신기하다. 시간이 흘러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우울했던 생각들이 서평을 하면서 글을 읽고 쓰고 인스타그램에 좋은 릴스들을 찾아올리다 보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다 포기할 건가?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를 잘 알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날 잘 모른다. 나에게 집중해 본 적이 없었다. 결혼 전에는 취업해야 하는 것에 만의 집중했고 취업해서는 일에만 집중했으며 결혼 후에는 아이에게 집중하는 나의 삶에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곤 없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물었다. 이루고 싶었던 이 꿈을 포기할 거니? 시작했는데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림이 엉망이면 어때? 나만의 그림책인데, 무얼 두려워하는 거야? 안 팔릴까 봐? 안 팔리면 어때? 기관에 기부하면 되지, 우리 애들한테 들려주면 되고, 애들도 싫어하면 나한테 들려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연필을 들고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색연필로 색을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고 작가님에게 조금 그리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작가님은 잘 생각했다며 그냥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이야기라며 나를 다독여 주셨다. 그렇게 달곰 이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내 속도로 천천히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완성이 되고 그림책으로도 나올 거라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든 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듯이 나도 내 속도로 가려고 한다. 느려도 내 갈 길 가련다.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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