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메일링 : 일기를 가장한 회상

2025년 9월 메일링 프로젝트

by ar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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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다시 아침부터 메일을 보냅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늘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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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을>과 <바다>, <구름>이라는 자연에 관해 말해보고, 이 과정에서 ‘여름, 하늘. 녹음, 별, 새벽 등의 자연을 통한 꿈같은 이야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도 분량이 남는다면 <상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메일링 폼으로 신청받을 때 적어주신 주제들을 기반으로 합니다. 사실 이제야 말하지만, 메일링 구독자분들이 50분이나 됩니다. 주제는 30개 정도 됩니다. 제가 4회차 내로 다 쓸 수 있을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이 너무나도 감사해서 분량이 넘치더라도 꼭 다 적어보고 싶은데 정 안 되면 한 줄 감상이라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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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하여

사실 저는 자연파냐, 도시파냐, 하고 묻는다면 도시파입니다. 언젠가 일본에 사는 친구와 일본의 바닷가에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친구에게 “바다를 보면 너무 무섭지 않아? 광활한 자연에 내가 삼켜질 것만 같아.”라는 말을 합니다……. 이어서 했던 말은 “수평선에 걸친 후지산이 진짜 무섭게 생기지 않았어? 괴물 같아.”였습니다. 그 친구는 그림을 그리고, 저는 글을 쓰므로 어느 정도 공통 분모가 있지만 친구가 순간 막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에 관해 먼저 말해보자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도 저는 가을에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오히려 겨울에 책을 많이 읽습니다. 저는 계절을 타는 편이라기보다 제가 가진 일 년 동안의 감정 주기가 있는 편인데, 늘 겨울에 모든 심리와 감정이 안정되어서 겨울에 책을 많이 읽습니다. 글은 여름에 많이 쓰는 것 같네요. 이번 여름에는 많이 쓰지 못했지만요.

그래도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입시일까요. 저는 입시를 꽤 오래 한 탓에 가을만 되면 수능 접수일과 함께 대학 수시 원서 접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낙엽, 빨강과 노랑으로 물든 이파리, 이런 것들보다는 현실적인 것들이 생각납니다.

바다는 짧게 이야기를 했으니 구름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구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도 구름을 구경하느라 비행기 안에서 잠도 자지 않을 정도고요. 늘 창가 자리로 예매해서 구름 사진을 마구 찍곤 합니다. 평소에도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을 많이 관찰하는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여러분은 생각보다 구름과 달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제가 한번 이틀 동안 가출한 적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보아온 친구가 저를 재워주면서 친구 집 옥상에서 간이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말하더군요. “달은 늘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엄청 빠르게 움직여.” 저는 그 말이 기억에 꼭 남았습니다. 달은 빠르다, 확대해서 보면 빠르게 움직인다, 늘 그 생각이 밤에 달을 바라볼 때마다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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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관한 꿈같은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는 아닐지 모릅니다. 제가 2017년에 썼던 글을 갑자기 가져왔는데요, 이 글이 제가 쓴 글 중 가장 자연에 관한 꿈같은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렇기에는 일기 같지만요. 그리고 대략 10년 전 글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글거릴 수 있습니다. 10년 전 글을 꺼내오는 것은 제게 꽤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밝은 노을이다. 불을 끄고 방에 잠시 앉아있다 보면 어느새 창문을 넘어 스르륵 방에 침입하는 그런 노을을 볼 수 있다. 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노랗고 발그레한 색으로 물들고, 솜사탕같이 하얗던 구름은 금세 물든 옷감인 듯 분홍색을 머금은 솜털이 되어버렸다. 참 아름다운 색깔이라며 그 하늘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은 그렇게 잘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들어가야 한다며 안녕하고 인사하는 어린 아이들의 소리가 아파트 13층까지 들려왔다. 나도 어릴 적엔, 저렇게 인사할 때까지 신나게 놀았는데. 참으로 아직도 적은 나이지만 더 이상은 저렇게 놀 수 없다는 것이 내 삶의 한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직은 연노랑 빛깔의 하늘이지만. 조금 있으면 분홍색, 그렇게 또 조금 있으면 암울한 검은색으로 변해버릴 그 하늘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밝고 아름다운 너의 인생이야.’라며 세상 신기한 것을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이제 더 이상 오면 안 돼. 여기까지가 너의 정해진 길이거든.’이라며 결단하는 하늘 같달까. 그렇다고 자연의 섭리를 내가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늘은 이제 슬슬 분홍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 커튼을 친 아파트, 까악까악하고 우는 까마귀들, 아직 그래도 낮이라며 맴맴 울어대는 매미 몇 마리. 낮과 밤이 공존하는 이 시간대의 풍경이 너무나도 짧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낮과 밤중, 그 어느 것도 싫어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바로 이 황혼의 시간대인데.
하늘은 아직도 노란색과 분홍색의 사이에 있다. 아름답다. 색연필로 종이를 칠해보아도 나오지 않는 저 색깔을 눈으로 밖에 담을 수 없고, 사진으로 찍는다 해도 잘 살려지지 않는 색감과 그 몰려오는 감정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하늘이 분홍색으로 변한다는 것은, 이제 밤이 다가올 것이라는 증거이다. 그렇기에 나는 밤이 좀 더 가까워질 분홍색 하늘을 기다리며 미루고 미뤘던 저녁식사를 해야겠다.

하늘은 연분홍색이 되었다. 언젠가 SNS의 이름을 연분홍차라 지은 적이 있다. 연분홍색 하늘이 너무나 어여뻐서 그 색을 담은 차는 없을까, 하며 지은 이름이 연분홍차. 안타깝게도 그런 차를 아직까진 발견하지 못했다.
방의 벽지를 환하게 물들여주던 노을이 슬슬 져가고 있다. 어느새 방의 벽지가 어두컴컴해진 것이 느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 노을의 색이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노을의 색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풍경을 잘 감상하면 노을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까마귀의 소리가 점점 더 들려온다. 이때쯤이면 항상 들려오는 알람 시계같은 소리이다. 매미 소리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거기에 약간씩 들려오는 사람들의 저녁 식사 소리는 ‘참으로 이게 사람이 사는 모습이구나.’하며 삶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한다. 하늘은 약간 분홍색이 되었다. 잠시 책상 앞에 앉아있기를 멈추고, 창문 앞에 다녀오면은, 하늘은 놀랍게도 분홍색. 아름다운 분홍색이 되어있다. 내 방에서 창을 바라보는 쪽은 북쪽. 그렇기에 창으로 달려가 저 서쪽을 힘겹게 보면 해가 져가는 분홍색의 노을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아름다운 비행선의 구름들이 잔치를 벌이는 하늘을.

하늘은 슬슬 어둠을 몰고 온다. 분홍색의 하늘이 사라질 때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다홍색의 빛깔이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어둡지 않은 색이라면, 참으로 아름답다.
슬슬 다가오는 밤이라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 그 어둠이 두렵기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암울한 면인 밤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두렵게 다가온다. 회색 빛깔의 구름 밑에 살짝 서려 있는 연분홍 빛깔의 구름. 그림자치고는 아름다운 색감. 세상에는 저런 그림자도 존재하는데. 아파트의 벽면이 어두워진다.

아파트의 불이 하나둘씩 켜진다. 나 또한 방의 불을 켰다. 스탠드 하나만 가지고서는 방 안이 너무나도 어둡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소리인지, 설거지하는 소리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릇의 마찰 소리가 자꾸만 들려온다. 평화로운 소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 시간의 풍경을 언제나 마음속에 담아두고 산다. 단지 그것을 꺼내보고, 꺼내 들을 시간이 없을 뿐이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꺼내본 이 시간을 누군가가 방해하지 않고, 이 시간 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파트 벽면이 완전히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빛으로 변하였다. 밤이라는 손님이 슬슬 도착하였다는 의미이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그 모습의 자취를 감추고 있고, 달님이라는 밤의 지휘자가 세상을 아우르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의 가정집 불이 죄다 켜졌을 즈음엔, 창문을 바라보며 새어 나오는 형광등 빛의 색깔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팔레트에 그 색을 하나하나 짜 놓는다면, 순백의 백합과 해바라기의 잎을 쏙 빼닮은 정원이 하나 탄생할 것 같았으니.

아름다웠던 노을이 죄다 지고, 나는 그대로 블라인더를 내려버렸다. 밤은 너무나도 길어서, 차마 그것을 버티며 바라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지루하게 늘어지기 때문이다.

무덤덤하게,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블라인더의 줄을 잡아당긴다. 블라인더가 점점 바닥을 향하여 하향한다. 그렇게 드르륵 소리를 내며 가정집의 형광등 빛을 메워간다.

또다시 누군가에게 이런 휴식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참으로 불안한 심정이 날 감싸올 것이다. 그리고 난, 안타깝게도 그 심정과 다시 맞닦뜨린 것 같다.

하늘은 어두워졌다. 아니 정확히는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아니다. 이때쯤이면, 완전히 빨간색의 빛깔들이 서쪽 하늘을 메우고 있겠지. 평화로운 시간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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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

시원하면서도 덥고, 비가 내리면서도 쨍쨍한 순간을 여름과 가을 사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아침에는 시원하다가도 정오가 되면 햇볕이 피부를 태우는 그런 날들 말이에요. 저는 그런 날들을 좋아합니다. 사실 가을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감기에 잘 걸린다는 이유에서요. 그건 겨울도 마찬가지지만요. 가을보다는 가을이 오기 직전의 여름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오늘도 덥겠다, 하고 아침에 출발하면 예상과는 다르게 불어오는 살랑살랑한 바람과 서늘한 공기를 정말 좋아해요. 이게 바로 여름과 가을 사이의 묘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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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사랑하는 방법

저는 이 문장이 문득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읽히네요. 저 괄호 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아요. 저 괄호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교황과 같습니다. 갑자기 다른 길로 새자면, 저는 몇 년째 타로 카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취미로요. 타로를 잘 믿지도 않고, 신뢰도 하지 않지만 그런데도 공부하는 이유는 단지 일러스트가 예뻐서…….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타로에서 메이저 카드인 교황은 세상을 품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박애적인 사랑, 또는 부모님의 사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는 일단 그렇게 공부했어요.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립니다. 그래서 종종 제 메일링이나 글에서는 타로 카드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타로 카드 중에 운명의 수레바퀴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저 괄호가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읽힙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끊어지지 않는 인연을 의미하기도 하고 정말 운명의 실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은 너무 어려우니까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과 레시피를 생각해 볼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일 년에 한 번씩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읽기, 민음사에서 출간된 유숙자 번역가님의 『마음의 왕자』를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보기, 만년필로 방에 널려 있는 노트에 생각을 마구 기록하기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산책하기, 지하철 네 정거장 정도 걷기, 겨울날 쌓인 하얀 눈 밟기,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두고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 좋아하는 웹소설을 울면서 읽기, □□□ 작가님의 작품 정주행하기도 있습니다. 쓰고 보니 죄다 글과 책에 관련된 것들이네요. 어쩌다가 제가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운동복을 입은 채로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가방이나 짐이 있으면 달리는 데 불편하니까요. 속도도 줄어들고요. 얼마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기, 실내 하키를 하면서 골대에 슈팅하기, 100미터, 200미터 육상을 하던 순간을 떠올리기, 심장이 터질 것만 같던 뜀박질의 순간을 기억하기도 있네요. 생각해 보면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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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일링 예고, 그리고 감상에 대하여

다음 메일링은 <좋아하는 노래와 음악>, <소중한 공간>, <죽음과 외로움, 우울 또는 쓸쓸함, 남겨진 사람>, <물고기>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뭔가 주제가 많죠? 제가 폼으로 들어온 모든 주제를 다 쓰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최대한 다 써볼게요. 감사히 남겨주신 주제들이니까요.

오늘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모험가가 되시길 바라며,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