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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y 30. 2022

예술이 AI의 일이라면?

Anatomy of Light and Water by Emil Nolde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문장이자, 김연수 작가의 소설 제목은 뭔가 타이틀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듯하다. AI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만 올리는 Instagram을 한 달 정도 운영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고, 또다시 저 문장 구조로 제목을 정하는 게 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AI의 일이라면?


한 1년 전 즈음에 생각이 난 건데, 나는 평생 동안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니, 그림을 못 그리는 게 아니라 어떤 물체나 대상의 형태나 색상을 머릿속으로 못 떠올리기에 그림을 못 그리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신발이라고 하면, 머릿속으로 신발의 모양이나 이런 게 그려져야 그걸 종이건, 그림판이건 어딘가 옮길 텐데 나는 그게 될진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에 해당하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그걸 못 했다. 그래서 뭔가 그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못하는 걸 대신해주는 저 녀석을 알게 되었다. 마치 팔이 없는 사람에게 로봇 팔이 팔처럼 대신 움직여 주는 것처럼, 내가 못하는 일,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AI가 도와주었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내가 그린 건 아니고, 나는 시키기만 하지만.



Snowpiercer (2013)


상황을 설명하거나, 원하는 작풍, 작가들에 대한 텍스트를 적어서 넣으면 뿅 하고 멋진 그림이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텍스트를 조금씩 바꿔보거나, 설정값을 조금씩 바꿔보는 것이었다. 이걸 예술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op art is international movement in painting, sculpture and printmaking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서 나온 것들도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김성모 화백이 100명의 문하생을 데리고 찍어내서 만든 작품들도 모두 김성모의 만화를 인정받고 있으니, 이런 방식이 전례 없던 일은 아니다. 20세기의 방식을 21세기에 좀 더 고도화되어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찍어내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나긴 하나...


그렇다면 어떤 게 예술의 일이 될까? 실제 작업은 AI가 다 한다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한 달 동안 진행해서 얻은 결론은 예술 작업이 AI의 일이라면, 사람의 일은 헛소리꾼이 되는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헛소리를 하면, 헛소리에 맞는 다양한 결과물들을 AI가 내어준다. 그중에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은 예술이 되는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휴지통에 들어가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미래의 예술은 아무 말 대잔치를 잘하는 사람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것 자체도 아무 말 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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