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아이
내 기억 속의 프랑스인은 책을 좋아하고 철학과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어느 동네를 가도 작은 서점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서점 안에는 늘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었다.
예술에 관한 이야기든 다른 분야에 관한 이야기든 프랑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늘 철학자가 등장했고 역사적인 배경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자기 의견이 분명했고
토론을 즐기며 반대의사를 표현하는데 거침없었다.
그 모습이 매우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였고, 프랑스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자존감이 독서를 즐기는 습관에서부터 온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습에 매력을 느낀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철학 역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녀가 생긴다면 독서를 즐기고 다양한 지식을 이야기할 줄 아는 매력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나는 AI인공 지능 시대에 발 빠르게 변화하며 적응하는 사람은 아니다. 예술가인 남편도 마찬가지이니 딸도 어쩔 수 없이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한편으로는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믿는 구석이 있긴 하다.
딸은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
나는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책을 읽고 철학을 아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독서와 철학은 높고 안정적인 자존감이 우리 내면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고 이렇게 내면깊이 자리 잡은 자존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삶의 우여곡절을 견뎌내는 힘과 이에 대한 안정적인 대처방식은 자존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내적인 안정을 느끼는 사람은 도전에도 두려움이 없고 고통이나 실패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이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딸의 첫 독서는 쿠키런 만화책이었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교보로 달려가 책을 샀다. 실컷 읽게 놔두었고 다른 책을 옆에서 권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프랑스어 시간에 배우는 책을 한두 권씩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짧은 소설과 클래식 책들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해리포터로 시작해 반지의 제왕 책에빠지기도 했고, 톨킨 작가의 책을 하나둘씩 읽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중간세계 역사와 엘프어까지 줄줄 이야기할 정도가 되어서야 다른 분야의 책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가끔 딸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예전에 프랑스 친구들에게서 보였던 열정적인 모습이 보여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고등학생이 되었고 공부량이 많아지긴 했지만 딸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모든 시험이 서술형 주관식인 이 학교에서 딸이 학원. 과외 수업 없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독서 습관 덕분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성적이 상위권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특별하게 내가 한 역할이 없지만 굳이 생각해 보면..
집에 티브이가 없었고 아이가 심심해할 시간을 주었던 것.
나도 늘 즐겁게 책을 읽고 있었던 것.
아이가 읽어야 할 책을 내가 판단해 강요하지 않은 것.
깊게 파고들기 시작하면 본인이 스스로 끝내기 전까지 함부로 흐름을 끊지 않았던 것.
그리고 책 읽는 여성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것.
이 정도인 것 같다..
읽고 또 읽고 지성을 갈고닦아 딸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