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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Dec 13. 2023

둘째가 이번에는 천식을 진단받았다. (1)

천식과 아토피는 친구인가요?


 둘째는 5세, 아토피를 진단받았다. 다행인 건지 얼굴만 제외하고 아토피가 있었고 겉으로 슬쩍- 봤을 때, 아이는 그저 맑은 피부를 가진 아이처럼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 뒤, 가슴, 귀 밑, 손목과 발목, 무릎과 오금부위 등. 접히는 부분에는 다 아토피가 있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녔고, 좋다는 약과 로션은 다 써보고 해 봤지만 아이는 알레르기 체질로 태어난 아이로 아토피는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했고 몸이 아프다 보니까 둘째는 예민한 아이가 되었다. 무던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여름이 되면 에어컨 밑에 살아야 했고 겨울이 되면 가습기와 함께 살았다.


초콜릿, 과자, 밀가루, 피자, 햄버거, 라면 등. 인스턴트와 과자류는 둘째에게 좋지 않아서 첫째와 둘째는 7세, 6세가 되어서야 초콜릿을 처음으로 먹었고 피자와 햄버거는 초등 2, 1학년이 된 지금도 먹지 않고 집에서 따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게 5, 6, 7살까지 꼬박 3년을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아토피는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기 시작했고 식이를 제한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이가 커서 그런 건지 아토피는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22년 6월 29일.



아이가 집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동생과 오빠와 함께 방에서 놀고 있었고, 그 방에는 아이들 아빠도 있었다. 나는 저녁 먹은걸 다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이제 쉬려고 하다가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궁금해서 방을 들여다봤는데, 둘째가 힘들어 보였다. 둘째를 소파에 앉아서 쉬게 해 줬는데, 이상했다. 아이 호흡이 평소보다 불안정했고 앉아서 쉬는데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평소와 달랐다.


첫째와 막내는 남편에게 맡기고 둘째를 데리고 소아응급실로 달렸다. 이미 늦은 시간. 

어느새 저녁 8시였다. 에어컨을 틀고 창문을 살짝 열고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위급상황이어서 아이는 바로 격리실로 보내졌다. 나와 함께.









산소호흡기를 껴고 아이는 앉아서 숨을 쉬고 있었다. 응급실의 빠른 조치 덕분에 아이는 다행히 안정이 되고 있었고 입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듣고 비상이 걸렸다. 아이가 아무래도 천식인 것 같은데, 이런 증상이 처음이었는지 물었고 종종 격한 운동 할 때만 그랬지, 평소에는 괜찮아서 병원에서도 운동만 조심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는 답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어느새 밤 11시. 아이는 이제 앉아서 숨을 쉬면서 졸고 있었다. 하긴, 집에서는 밤 9시면 소등하고 자는데... 지금까지 깨어있으니 힘든 게 당연하지. 아이는 집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퇴원이 허락되지 않았다. 입원해야 될지도 모른다는데....


밤 12시, 응급실에 온 지 4시간이 되었다. 아직도 호흡은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는 앉아서 졸고 있었다. 남편에게는 이제 첫째랑 막내를 재웠다는 연락이 왔다. 후우, 집에는 갈 수 있을까.


다시 새벽 1시, 아이의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퇴원해도 괜찮다는 의료진의 진단이 떨어졌고, 꼭 천식 관련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당부도 들었다. 아이가 괜찮아졌다는 것과 집에 갈 수 있다는 소식에 그저 둘째는 기뻐했다. 그래, 엄마도 기뻐.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운전을 하면서 앞으로 이 아이의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자,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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