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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May 31. 2024

밤 열 시, 숙제를 시작합니다.

학교 다녀와서 바로 하면 좋을 텐데


저녁 9시. 거실에서 노는 아이들이 장난감과 책을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시간. 나도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정리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라고 이야기하자 시끌시끌- 이야기를 하면서 장난감과 책들을 정리한다. 꼬박 20분이 지나야 정리가 끝이 난다. 정리하면서도 서로 가위바위보를 하고 누가 책을 한 권 더 정리하는지 정하고 보드게임은 누가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지 정한다. 수다쟁이 삼 남매들.


30분이 지나서야 정리가 끝이 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를 정리하고 책을 읽는 시간, 양치를 하고 밤 열 시가 되면 소등을 한다. 혼자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니까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라고 늘 같은 시간에 움직인다. 그리고 밤 열 시가 되어서 소등을 했는데, 첫째가 갑자기 거실에 나오더니 잊어버린 게 있다고 한다. 뭐지? 준비물은 없었는데 숙제가 따로 있었나?라고 생각했는데 내일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공부를 안 했고 수학 익힘 숙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걸 잠들기 전에 깨달은 우리 첫째.





엄마, 나 숙제도 하고 받아쓰기 공부도 해야 하는데 잊어버렸어! 어떡하지?


(잠깐 숨 쉬고) 우선 숙제부터 하고 받아쓰기는 한 번만 써보고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쓰고 학교 가면 어때?

그러면 네가 원하는 100점은 어려워도 70~80점은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한 번 하고, 내일 아침 먹으면서 한 번 더 써보고 학교에 조금 일찍 가서 한 번 더 보고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응, 알았어! 엄마! 그러면 우선 받아쓰기 연습 하고 숙제 얼른 해야겠다. 나 거실에서 좀 할게


(어휴,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바로 하라니까....) 그래, 알겠어. 엄마는 동생들 자는 것 좀 봐주고 올게.







학교에서 하는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100점을 무조건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시험을 본다면 며칠 전부터 준비해서 노력하고 시험 준비를 하고 숙제는 매번 잊지 말고 해 가고 준비물은 전날 미리미리 챙겨놓고, 혼자 챙기기에는 어려울 수 있으니 학교에 다녀오면 알림장을 거실 엄마 자리에 늘 놓아둘 것. 알림장도 받아쓰기도 스스로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만 아직은 같이 챙기고 있다.


7살부터 시작한 받아쓰기에서 아이는 늘 100점을 맞고 싶어 했었다. 사실 나는 노력하고 60점 이상만 맞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첫째 아이도 둘째 아이도 늘 100점을 맞거나 90점을 맞아서 집에 와서 나와 남편에게 자랑을 하고는 했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해서 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받아쓰기를 어느새 3년째 하고 있는데 맞춤법과 띄어쓰기, 어휘력이 늘어가는 것이 보였다. 사실 처음에는 맞춤법이랑 띄어쓰기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지금은 '시험'이라는 것을 보면서 긴장하고 긴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시험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 성실하게 연습하기, 높은 점수를 받아서 성취감 느끼기까지 아이들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근차근 성장해하고 있었다.


어느새 밤 11시. 늦은 시간, 더 이상은 아이가 거실에 있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만하라고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거실에 있는 것들을 정리한다. (다했구나! 오오!)






엄마, 나 다했어. 숙제는 다 했고 받아쓰기는 한 번 썼고, 아침에 한 번 더 써보고 학교 가서 보려고. 


고생했어.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 내일 학교 가기 전에 꼭 보고, 알았지?


응응, 엄마. 나 이제 너무 졸려. 다음부터는 잊지 말고 해야지.






다음에는 나도 한 번 더 챙겨야지. 바빠서 챙길 정신이 없기는 한데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학습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야겠다. 한 주가 끝나가는 금요일. 아이들도 나도 고생했다!



(학교 끝나고 연락이 왔다. '엄마, 나 받아쓰기 백 점 맞았다~!!! ㅎㅎ' 라고. 귀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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