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용기
사랑하는 딸에게,
사랑을 시작하면 한 손엔 꽃을, 다른 손엔 혹시 상처가 올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함께 들게 돼. 꽃만 보려 하면 발걸음이 멈추고, 상처만 세다 보면 시작도 못 하지. 용기는 둘 다 들고 천천히 걷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야.
자전거 처음 배울 때 기억나? 몇 번이나 넘어졌지만, 다음 날 또 탔지. 무릎에 살짝 딱지가 졌고, 곧 새살이 올라왔어. 사랑도 그래. 한 번 다쳤다고 평생 못 하는 건 아니야. 넘어질까 봐 뒤에서 밀어주기만 하면 바람을 가르는 기쁨을 모른 채 지나가니까.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상처 그 자체보다, 상처 이후의 나일 때가 많아. “혹시 내가 더 작아지면 어떡하지?” “예전처럼 못 웃으면?” 하고. 그런데 상처는 우리를 망가뜨리기만 하진 않아. 조금 더 조심하고, 좀 더 잘 듣는 사람이 되게도 해. 예전 그대로는 못 돌아가도, 다른 결의 나로 자라기도 하더라.
사랑의 날씨는 늘 맑지 않아. 거절도 있고, 오해도 있고, 타이밍이 어긋나는 날도 있어. 위험이 전혀 없을 때까지 기다리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 우산을 챙기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그래도 젖을 수 있음을 인정한 채 나서는 것, 바로 그게 용기야.
상처가 두려우면 우리는 말을 감춰. “괜찮아” 같은 안전한 말만 꺼내지. 하지만 가끔은 서툰 진심이 필요해.
“그 말이 나에겐 좀 아팠어.”
“그래도 네 곁에 있고 싶어.”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떨리는 목소리에도 진짜 마음은 전해지는 법이야.
덜 무서워지는 순간이 있어.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될 때야. 세상에 안 깨지는 컵은 없어. 대신 깨졌을 때 함께 붙일 사람이 있으면 우린 다시 손을 내밀 수 있어. “다시 이야기하자.” “이번엔 천천히.” “내가 더 미안해.” 이 세 문장만 있어도 조금은 힘든 밤을 건널 수 있어.
물론 피해야 할 상처도 분명해. 사랑을 핑계로 한 무례, 반복되는 모욕, 나를 잃게 만드는 요구. 용기는 다 참는 완력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결심이기도 해. “여기까지가 나의 선이야.”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사랑할 수 있어. 지난번에도 말한 것이지만, 경계는 벽이 아니라 문턱이야. 문턱이 있어야 안과 밖이 분명해지고, 그 분명함이 안에서의 다정함을 지켜줄 수 있어.
나는 예전에 상처가 사람을 더 딱딱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오히려 나를 더 부드럽게 만들더라. 망설임이 보이고, 말 사이의 침묵이 들리고, “괜찮다”를 좀 더 늦게 말하게 돼. 그 부드러움이 사랑을 오래 가게 해 줘. 뜨겁기만 한 마음보다 따뜻함을 오래 지키는 마음이 더 멀리 가니까.
딸아, 어떤 문 앞에서 오래 서 있을 때가 올 거야. 두드릴까 말까, 돌아설까 걸어갈까 망설이겠지. 그때 기억해 줘. 용기는 상처가 없을 확신에서 나오지 않아. 상처가 나더라도 너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나오는 거야. 너 자신을 버리지 않고,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관계를 둘이서 함께 감당하겠다는 약속 말이야.
나는 네가 트로피처럼 사랑을 수집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대신 흔적을 가진 마음이면 좋겠다. 긁힌 자국이 있어도 더 깊이 느끼고, 끝난 관계가 있어도 새로운 시작을 의심하지 않는 마음. 슬펐던 날에도 신발을 다시 신을 줄 아는 사람. 그게 사랑의 용기를 배운 사람의 걸음이야.
혹시 오늘따라 마음이 얇아져서 바람만 불어도 아프니? 그럼 잠시 쉬자. 따뜻한 차 한 잔, 네가 아끼는 노래 한 곡. 용기는 쉬는 법도 아는 거야. 호흡이 다시 돌아오면 종이에 한 줄만 적어 보자.
“나는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그 한 줄이면 충분해. 용기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작은 마음에서 자라.
이 말을 너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딸과 아들에게 건넨다.
상처가 두려워 사랑을 멈추지 말자. 사랑을 멈추는 대신, 서로를 잃지 않겠다는 약속을 더하자.
바람 부는 날에도 우리는 다시 걷게 되고,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우리를 자라게 한 건 상처가 아니라, 그 상처를 데리고도 끝까지 걸어간 용기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