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격언이지만 '강해지기 위한 첫 번째 일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약한지 깨닫는 것이다'는 문장이 있다. 비단 상대와 대전하는 격투기 종목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의 약점.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야 그다음 단계를 도모할 수 있다.
내 장점 중 하나는 나 스스로의 약점과 내 생각의 알고리즘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어떻게 타협하는지...) 요즘 표현으로 메타인지가 좋은 편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놀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잠이 많은 배짱이과의 인간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계속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게 끔 장치를 만들고 주변에 선언을 하고 아침 알람을 많이 맞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논란의 장편 데뷔작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주인공은 자기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몸에 문신으로 남긴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리셋되어 있고 그는 자신의 몸에 남긴 단서들을 따라 가는데 결국 자신이 살인을 한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주인공은 그 사실을 몸에 남기지 않는다. 다시 눈을 뜨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자신의 몸에 남긴 단서들을 따라가는 것을 반복한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단서)를 만드는 주인공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 그리고 자기 이해를 통해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는다.
영화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스스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소문내고 금연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이미지는 다르다. 나는 끈기가 부족하다. 그래서 자유수영 대신 PT스케줄 약속을 미리 길게 잡아놓는다. 나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화를 내면 아내에게 벌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편이고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다. 다만 이런 장치들로 인해 남들이 보기엔 끈기있게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고 인자한 아빠로 보이게 할 뿐이다. 궁극적으로 잠시의 불편함과 본능을 이겨내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을 나에게 안겨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일종의 내가 맞춰 둔 알람이다. 나태함을 깨워 나를 침대에서 걸어 나오게 만들 그런 소일. 소파에 누워 유투브 쇼츠를 디깅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생각들을 정리하며 노트북 앞에 앉는 것이 조금 더 낫겠다는 그런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