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에겐 작지만 소중한 비밀이 하나 있다.
아내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은밀한 비밀.
그건 바로....
블로그 운영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6개월.
하지만 이 사실을 내 가족, 친구, 동료 중 누구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모르게 하고 싶었다.
왜일까?
딱히 들킬 만한 ‘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쓴 글을 아는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면
괜히 얼굴이 화끈해진다.
조금 덜 솔직해질 것 같기도 하고,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들킨 기분이 들까 봐 조심스러웠다.
솔직히 말해,
아내조차 몰랐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저녁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아내가 눈치채지 않을 리 없다.
처음에 아내는 물었다.
“그 시간에 뭘 얻겠다고 그래?”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맞는 말이었다.
블로그는 지금 당장 ‘뭔가’를 보장해 주는 일이 아니다.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여정이라고.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아침 6시 50분에 겨우겨우 일어났던 내가
이제는 5시 3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뜬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마음을 정리하며 글을 쓴다.
거르기 일쑤였던 아침밥도 챙겨 먹고,
출근길엔 책을 펼친다.
점심시간엔 틈틈이 메모를 하고,
아이들이 잠든 밤이면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하루 중 어디에 시간을 쓰는지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면,
지금 나는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몇 개월 전 내가 쓴 글을 보면,
민망함에 괜히 창을 닫고 싶어진다.
문장은 어색하고,
생각은 뒤엉켜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그 글들은 내가 무엇인가를 시작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다.
나는 완벽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진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을 뿐.
그래서 이 블로그가 더 소중하다.
남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9월에 셋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둘째를 키울 때도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엔 셋째라니.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특히나 블로그에 쏟을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
벌써부터 아쉽다.
하지만 나는 하루 한 편의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비록 분량은 짧아질 수 있어도,
그 하루의 생각만큼은 꼭 기록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단면을,
아이들의 성장처럼 글 속에도 남기고 싶다.
언젠가 돌아보면
그 글들이 내가 살아낸 삶의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요즘 들어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조금씩 더 솔직하게 적고 있다.
기쁘고, 불안하고, 또 감사한 순간들을
감추지 않고 글로 옮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믿고 쓰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심을 담을 수 있다.
블로그는 나에게 있어 자기 성찰의 도구이자
내면과의 대화 공간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한 나 자신과
매일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블로그는 수익보다 더 큰 가치를 안겨줬다.
책을 읽고 정리하는 힘,
생각을 구조화하는 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연습,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는 힘.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얻기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그저 쓰는 그 행위 자체가 나를 성장시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노트북을 연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조용한 사색의 공간.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혹시,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는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매일 조용히 찾아가는 ‘나의 방’ 같은 곳.
그 공간이 여러분에게도
치유와 성장의 장소이기를 바란다.
나에게 그곳은 블로그다.
오늘도 나는 그 작은 비밀을 품고,
진심을 담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