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려다 아무것도 못한 날에 대하여

- 책 한 문장에 기대어 쉬는 저녁 -

by 월화수 엔 Jane

오늘은
너무 완벽하려다
아무것도 못한 날이었다.

오늘 나는 블로그 글을 한 편 써야 했고,
미뤄 두었던 마케팅 공부도 해야 했고,
아이들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 장도 봐야 했다.

마음은 종일 바빴는데

정작 손에 남은 건 없었다.

계획이 많은 날일수록, 마음은 먼저 지친다.


해야 할 일은 분명 있었고

머릿속에는 이미 여러 번의 시도가 지나갔는데,
손은 끝내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

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못 했을까”
스스로를 나무라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가 아니라,
너무 많은 기준 앞에서 서성인 하루였다는 것을.

‘못 한 하루’가 아니라, 기준이 높았던 하루’였다.


며칠 전부터 다시 펼쳐두었던 책이 있다.
브레네 브라운의 《불완전함의 선물》.

그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완벽해지려는 순간,
우리는 이미 충분하지 않다고 믿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의 내가
그 문장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기 때문이었다.

브레네 브라운은 말한다.
완벽함은 목표가 아니라 방어라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완벽이라는 갑옷을 입는다.

하지만 그 갑옷은 우리를 보호하는 대신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한다.


오늘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너무 무거운 갑옷을 입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던 사람에 가까웠다.

그래서 오늘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은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멈춘 것도 선택이고, 쉬는 것도 분명한 방향이야.


책은 내게

더 잘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의 너도 이미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오늘은 사실, 마음에 드는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질문 하나는 남겼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완벽해지려고 애쓰고 있었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