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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Dec 28. 2021

동화 // 고집카락

머리를 감고 머리를 빗고 머리를 묶을 때마다

수 십 가닥씩 빠져나가는 머리카락들.


그러나 수 십 만 가닥의 머리카락 중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머리카락이 있어요.


너무 고집이 세서 '고집카락'이라고 불리는 이 머리카락은


응애응애 아기 때부터 나기 시작해서 다른 친구들이 다 빠져나갈 때도 혼자서 그 자리를 지켰답니다.



자르면 자르는 대로 잘려나간 다음

다시금 길어지고 또 길어지는 식으로

고집카락은 딱 그 한 자리에만 계속 머물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가 고집카락을 갖고 있어서 나이가 들면 들수 저마다 고집 있는 어른이 되어요.



고집이 생기면 세상에서 오로지 자기만 옳은 줄 알아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요.



머리 위에 단단히 박힌 고집카락 때문에 어떤 어른들은 서로 친구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미워하면서 화내고 다투다가 지쳐버리곤 해요.



고집카락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이 많은 머리카락 중 무엇이 고집카락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고집카락을 잠재우기 위해 매일 스스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은 어땠어?" 하며 고집카락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내가 많이 아껴." 하며 고집카락을 부드럽게 감싸주어야 해요.



고집카락은 따뜻한 사랑 속에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사실은 여린 친구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좋겠죠?





지금 당신의 고집카락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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