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없는데 글쓰기는 하고 싶어

by Lakoon

나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남들 다한다는 모임도 한 번 해본 적 없다. 심지어 대학 때 그 흔한 동아리도 해보지 않았다. 전형적인 아싸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덕질도 못해본 취향 없는 그런 유형이다. 그나마 옷은 조금 좋아했다. 하지만 이것마저 미니멀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이라서 남들이 보면 티도 안나는 덕후 아닌 옷덕후, 취향 없는 취미에 불과했다.


그런 나에게도 하고 싶은 취미가 있다. 바로 글쓰기. 취미로 글쓰기는 너무 좋다. 글쓰기야 말로 언제든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그러면서 나름 고상하기까지 한 취미 아닌가. 당장이라도 "나의 취미는 글쓰기입니다."라고 말해도 자연스러운 누구나 가능한 취미다. 이렇게 흔한 글쓰기에도 나에겐 커다란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눈치챘겠지만 나는 내향인이다. 내향인이라고 무조건 낯을 가린다거나 말이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불행히도 나는 낯을 가리고 말 없는 대문자 I다. 어느 정도냐면 가끔 홀로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여행 내내 한마디도 안 할 때가 많다. 나름 현지 언어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언어 능력을 떠나서 참 할 말이 없다.


예전, 역시 혼자 떠난 바르셀로나 여행에서의 일이다. 몬주익 언덕에 있는 미로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마침 또래의 한국인을 만났다. 그 친구는 같은 한국인을 만나서 반가웠는지 자신도 혼자 여행 왔다며 자신과 동행하지 않겠냐 물었다. 하지만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이런저런 (혼자여도 일정은 있다) 핑계를 대며 끝내 홀로 여행을 마쳤다. 평소든 여행지에서든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평소에도 할 말이 없는 내가 글쓰기를 하고자 하니 이런 난관이 따로 없다. 차라리 과제 리포트를 쓰는 게 더 쉬울지 모르겠다. 참 글쓰기는 어렵다.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 같달까. 며칠을 묵혀봐도 이 이상의 글쓰기는 무리라는 체념 끝에 글을 마칠 뿐. 그래도 글쓰기가 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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