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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koon Jun 06. 2024

아름다운 그곳, 낙원 또는 죽음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스포 없습니다*

아름다운 집.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진 이곳에 단란한 한 가정이 산다. 청량한 하늘과 초록의 푸른 숲이 있는 마을에 높은 담을 배경으로 자그마한 수영장과 미끄럼틀, 그리고 가꾸어진 정원과 온실까지 갖추었다. 사랑이 넘치는 부모와 자녀들, 그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모범적이다.


영화는 가정과 그 집을 지독히도 가까이서 덤덤하게 묘사한다.


평화로운 일상.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가고, 손님들이 이따금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선물도 하고, 애완견과 즐거운 시간도 갖고, 정원에서는 파티도 한다.

지나가는 강아지에게도 애정을 담아 인사를 나눈다.


아름다운 이 집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곳은 낙원이다.


집은 그런 곳이다. 때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을 떠나야 할 때도 있으며, 부부간에 떨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삶의 터전은 떠나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들만 모르고 있다.

그곳이 지옥이라는 것을.


하늘에 연기가 뿌옇다. 낮밤 할 것 없이.


그 집의 담장 너머는 아우슈비츠,

인종 청소를 위한 소각장.

홀로코스트다.


ps. 

1. 유대인 수용소에 대한 영화나 다큐, 책을 접할 때마다 할 말을 잃게 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역사에 뭐라 형언할 수가 없다. 그중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직접적인 묘사가 하나 없이 잔잔한 영화는 처음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삶에 나조차 속을 뻔했다. 삶이란 무엇인지..

2. 결말 정말 인상적.

3. 쿠키 영상이 없음에도 엔딩 크레딧까지 숨 죽이며 본 영화. 상영관의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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