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8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생명이 끝나는 어떤 순간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믿고 있던 세계가
서서히 꺼지는 감각일까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을 읽던 중,
이 문장이 마음에 깊게 남았습니다.
“몸은 수년마다 새로운 세포로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동일한 나로 존재한다.”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바뀌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나라고 느끼는 걸까요.
쇼펜하우어는 말합니다.
우리가 변하는 모든 것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기억은 흐릿해지고, 몸은 늙어가도
우리 안엔 ‘존재의 중심’이 있습니다.
그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죽음은 그저, ‘표상’이 사라지는 일일 뿐입니다.
존재 그 자체의 소멸은 아니라고,
쇼펜하우어는 조용히 말해줍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도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 무섭지 않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죽음을 무섭게 만드는 것은,
실제로 죽는 그 순간이 아니라
그것을 상상하며 우리가 붙잡는 공포입니다.
우리는 늘 죽음을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하다가도
문득, 가까운 이의 부고나
익숙한 장소의 공허함 앞에서
그 감각을 똑바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집니다.
죽음은 삶을 깊게 만듭니다.
죽음은 질문을 남깁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C.S. 루이스는 『헤아려 본 슬픔』에서
이런 문장을 남깁니다.
“죽음은 결코 우리의 의미를 지우지 못한다.”
삶은 사라지더라도,
그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태도.
그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더 단단하게 ‘지금’을 살아가게 합니다.
삶은 무겁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일은,
그 무게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가벼운 것들과, 사소한 말들,
흘러가는 표정 하나까지도
이전보다 더 깊게 바라보게 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살아 있는 우리가 하루하루 배우는 일이다.”
죽음은
하루하루 안에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계절의 끝에서,
사랑의 끝에서,
사라진 자국들 사이에서
그 감각을 연습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죽음이 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무언가를 용서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을 더 귀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말합니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질문을 하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죽음은 우리 삶의 끝이 아니라
존재의 경계 위에서 묻는
가장 깊은 질문입니다.
나는 지금,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남겨질 수 있는 말과
기억과 시선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 밤,
삶과 죽음 사이의 그 어스름한 경계 위에서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결국 삶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그 마음은,
무척이나 인간답고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한 그루의 밤,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