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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간의 영국표류기

1. 영국 여행의 서막

by 한정선

“너 정말 괜찮겠어?” 영국 여행을 앞두고 아들 친구들이 아들에게 했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여행, 자유여행, 장장 15일, 걱정의 하이라이트는 30대 같은 40대 초반 아들과 50대 같은 60대 중반 엄마의 모자여행. 즉, 둘 다 각자의 연령대보다 혈기 왕성하니 누구 한 사람 져 주지 않을 것 같고 성 차에 세대 차로 인한 불통은 '안 봐도 유투버'. 심지어 패키지 가족여행을 하고서도 두 번 다시 가족여행 안 한다고 선언하는 미혼 친구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은 지극히 체험적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애들은 우리의 역사를 모른다. 우리는 이미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를 여행한 전적이 있다. 물론 개인 사정상, 사무적인 필요에 의해서, 또는 치료나 치유의 성격을 띠기도 했지만 여행은 여행, 가족여행의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많았다는 말이다. 기본은 각 방 쓰기, 그 노하우가 연령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노하우다.

사실 가족 여행에서 최적의 조합은 모녀간이다. 모자간, 부자간, 부녀간 여행은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두 번 패키지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모녀팀이 있었고 지인들 중에 딸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 또한 종종 듣곤 한다. 내겐 언제나 부러움의 대명사, 하지만 다행히 내겐 딸 같은 아들(나는 옛날사람? 요즘은 딸, 아들 성향이 없다)이 있었으니.. 부러워 하지만 말고 있는 건 쓰고 볼일, 100프로 싱크로율은 아니지만 비슷하게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 플랜 A가 안되면 플랜 B, 아니 플랜 C면 또 어때? 올림픽으로 치면 동메달이 아닌가.

이번 영국 여행은 아들의 플랜 B다. 일 년에 한 번 휴가차 가는 아들의 올해 여행지는 원래 터키였다. 터키는 영국유학시절 사귄 친구의 나라, 몇 년 전에 잠깐 다녀왔지만, 친구도 볼 겸 본격적인 터키 여행을 하고 싶어 다시 가는 걸로 서로 합의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는 세상사, 보낸 메시지에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아 결국 노선변경에 들어갔다. 두 번째 물망에 오른 곳은 영국, 혼자 여행 가도 새 친구를 만들어 올 만큼 사람 좋아하는 아들, 하물며 4년간 학교를 다닌 런던이니 오죽할까. 여행지가 런던으로 변경되었다는 아들의 말에 맨 처음 든 생각은 ‘또 런던?’. 그다음 생각은 ‘나도 갈까? 런던이라면 나도 조금 지분이 있는데?’ 몇 번의 방문과 꽤 오래 머물기도 했다는 명분 아닌 명분을 혼자 만들며 지나가는 말처럼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흔쾌히 오케이(지분안정?) 문제는 남편. ‘아님 말고’, 반 포기상태쯤 남편의 사인이 떨어졌다. 친구들도 보고 싶고 런던도 궁금했던 아들은 여행지가 정해지기가 무섭게 친구들과 만날 도시(졸업 후 각자 사는 곳이 달라졌다)와 날짜가 잡았고 여행지는 자연히 친구들이 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그런 이유로 블랙풀 친구를 만날 때는 그 옆 리버풀을, 웨일즈 친구를 만날 때는 경유지인 브리스톨, 거기에, 볼 것 많고 만날 사람 많은 런던이 6일, 여행 예능에서처럼 ‘온 김에’ 컨셉이다. 순수한()? 여행지는 코츠월드, 스코틀랜드 정도? 어쨌든 이 도시나 저도시나 내겐 마찬가지, 도시 나름의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오랜만에 ‘차려진 밥상’을 받은 것만도 감지덕지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계획에 없었던 #15일간의 영국자유여행의 서막이 올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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