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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주 Sep 15. 2019

알면서 또 패키지 단체여행을

패키지단체여행의 장단점을 확인하러 떠난다

동유럽 발칸 여행 패키지

5월 어느 날 가까운 후배 교사 선이에게서 걸려온 전화. 

TV홈쇼핑에서 아주 싼 여행상품이 나왔다고 함께 가자고 한다. 

이름도 거창하다. ‘프랑스를 품은 동유럽 발칸 7개국 10박 12일’.

5월말까지 신청해야 209만 원이란다. 

비행기 왕복만 해도 100만원인데 열흘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전 일정 교통편(버스) 제공이라는데 싸도 너무 싸다. 게다가 몇몇 옵션은 무료란다.

7월 20일 출발은 209만 원. 7월 21일 출발은 249만 원. 하루 사이에 비용이 30만원이나 차이난다. 

그녀는 19일이 방학이므로 20일에 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객을 유혹한는 동유럽 이미지

 

지난 3년 사이에 현직교사들과 여름방학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나로서는, 절대로 여름방학에는 안 간다고 결심한 바 있었다. 너무 덥고, 너무 붐비고, 너무 비싼 초성수기. 은퇴자인 내가 그 대열에 합류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아니 초성수기 때는 좀 피해주는 게 은퇴자의 예의 같기도 하다.     

여름방학에는 안 가기로 했다니까 자기 명퇴할 때까지만 방학 때 같이 움직이자고 한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을, 5월에 열린 킨텍스 여행박람회장에서 호텔팩 2주짜리로 예약했었다. 

나는 집에 있다가, 박람회장에 갔던 세 명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사람 네 명이 각자 자기 카드로 결제해야 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현장에 갔다(사실은 그들의 카드 한도가 초과해서 생긴 일). 그날 현장에서 결제를 해야 더 싼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주차장을 향한 끝없는 차량 행렬 때문에, 차에 앉은 채로 횡단보도에서 접선한 그네들에게 내 카드를 던져서 간신히 신청했었다. 

그런데 막상 7월이 되니 여행사에서 비행기 표(러시아 경유)를 못 구했다며, 8박 9일짜리 이탈리아 패키지여행을 권했다. 여행사에서는 1년 전부터 비행기표를 확보한다고 들었는데, 비행기표를 못 구했다는 게 말이 되나? 자기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합치기를 하는 거겠지.

배낭여행을 위해 개별적으로 예약하기에는 이제는 시간도 없없고, 새로 비행기표를 물색하려 해도 너무 비싸져서, 여행사에서 잔머리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의논 끝에 패키지로 따라 갔다 왔다. 물론 여행 가격도 수십만 원을 더 냈다. 

 

이번 동유럽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지금은 싸게 사람을 유혹해 놓고, 막상 그 때 가서는 다른 핑계를 대서 가격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이에게 여행사측에 그런 식으로 말바꾸기 안 한다는 약속을 받아 내고 신청하라고 했다. 가는 걸로 정한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이가 가자는데 가야지. 특히 나보다 어린 후배가 가자는데 가야지. (아니면 다시는 가자는 말 못 듣는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런데 ‘계약하라’고 하고는 후회가 밀려왔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또 싼 맛에 넘어갔다는 후회.

작년 패키지 여행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바가지 옵션은 물론이고 우리가 가야 할 유명관광지에서 너무 먼 숙소에서 재우는 게 큰 단점이었다. 숙소까지 왕복하면 낭비하는 시간도 많고, 너무 한적한 곳이라서 저녁(밤)에는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숙소 비용을 줄이는데다, 여행자들이 개인행동을 못해 가이드가 책임질 일도 안 생기니, 가이드로서는 최선이겠다.     

특히 로마에서 이틀 밤을 묵었는데 완전 시 외곽의 시골구석의 호텔에서 자게 됐다. 해만 지면 완전 깜깜한 곳. 하지만 ‘로마’에 왔는데 허름한 시골호텔방에서 저녁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우리 일행은 네 명인데가 다들 외국 여행 경험이 많아서 개별 행동을 하는데 두려움은 없었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로마 시내로 나갔다. 트레비 분수와 판테온 주변, 나보나광장과 옛 골목들을 돌아다니며 이국의 정취를 만끽했다. 


2018년, 로마 나보나 광장의 밤


밤늦도록 붐비는 관광지에서 맥주와 아이스크림도 사 먹으며 야경을 즐기고는 택시로 다시 돌아갔는데, 같은 패키지 팀의 일행들 일부는 한국 식당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고 있었다. 로마까지 와서 그게 뭐냐고?     


패키지 여행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해서, 그리고 이번엔 일행이 우리 단 둘뿐이라 내가 안 가면 선이도 못가는 상황인지라 결국은 그냥 가는 걸로 했다.      


남편은 여행 일정을 듣더니, 괜찮다며 가 보란다. 원래 느긋하게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많은 곳을 직접 가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그래서 한 도시씩 찍고 떠나는 메뚜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어차피 ‘오래 살기’ 할 거 아니면, 많은 곳을 방문해서 중요 포인트를 봐 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나. 다녀오면 해당 지역에 대한 기사나 책을 훨씬 관심 있게 보게 되고, 이해도  기억도 잘 된다면서.... 

물론 자기가 지도 들고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직접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지만, 반면에 시간 낭비가 너무 많고, 짐 들고 이동하기가 힘든 단점도 있다면서.      


예약한지 며칠 안 돼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났다. 

혹시 해서 그제야 자세한 일정을 확인해보니 바로 우리도 가기로 되어 있는 그 코스였다. 

다른 일정도 자세히 보니 한 나라를 거의 하루만, 어쩌다 한 번씩은 이틀 머문다. (당연히 그렇겠지)

완전 빡빡한 일정. 주요 도시 잠깐 들렀다가 이동, 또 이동...   


11일만에 7개국을 다니는 어마어마한 일정


말난 김에 패키지여행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

     

패키지 여행 단점 

1 늘 시간에 쫒긴다. 그래서 유적지나 박물관이나 미술관 작품들을 충분히 감상할 수 없고, 여유 있게 거리를 걸을 수도 없다. 카페 같은 데 앉아서 그 거리나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위기를 느끼는 시간은 불가능.

2. 그러면서도 다른 일행 기다리는 시간 낭비, 쇼핑시간 낭비..

3. 옵션 쇼핑 강요 ㅡ 바가지인 줄 뻔히 알면서 그냥 물건을 사게 되거나, 쇼핑을 안 했을 때 화난 가이드 눈치 보며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불쾌함.

4. 가끔 가이드도 틀린 정보를 설명하는 걸 알게 됐을 때의 한심함과 답답함

5. 싼 값에 단체객 상대하는 식당만 다니니 해당 지역의 제대로 된 특색 음식을 맛볼 수가 없어서 여행의 즐거움 반감. 단체로 줄지어 들어가 차곡차곡 앉아서는 허접한 음식 주는 대로 재빨리 먹고 나와야 한다. (한국 단체 관광객을 계속 만나게 되므로 더 있고 싶지도 않다.)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 받아서 자존감 하락.

6. 관광지와 멀리 떨어진 외딴 곳의 숙소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좋은 점

1. 싸다. 

2. 교통편 알아보며 걷고 기다리고 갈아타는 시간 절약.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곳에 가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뭐니뭐니 해도 패키지여행.) 

3. 짐 끌고 다니는 고생 면제.

4. 가이드의 해설 - 혼자 다닐 때 그냥 지나치는 많은 것들에 대한 설명.

   (오디오를 대여해도 영어로 되어 있어 2,30퍼센트 정도밖에 못 알아듣는다. 못 알아듣는 거 듣고 다니면 다리도 더 아프고, 졸립기까지 하더라.)

4. 해외여행 기회의 확대.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이라 하겠다. 짧은 시간과 저렴한 비용으로 중산층뿐만 아니라 서민층까지 해외여행 경험을 가질 수 있다. (뭐 돈 부자, 시간 부자만 여행하라는 법 있나?)     


현지 여행사는 무얼 먹고 사나

여행을 신청하고 나서 우연히 유럽 현지 여행사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됐다. 

(유럽패키지 여행 신청했더니 관련 기사가 눈에 띈다.)

워낙 저가로 모집을 하니 현지 여행사에 줄 돈이 없다. 그런데 저가로 모집해야 사람들이 많이 신청한다. 

우리도 항공비 100만 원은 따로 아시아나 항공에 직접 결제했다. 남은 109만 원 중에서, 한국의 모집 여행사에서 아무리 안 가져가도 50만 원은 갖지 않을까? (주관적인 추측임)

현지에서 여행객을 받으면 3성급 이상(여행사의 주장) 숙박과 삼시세끼 제공에 전 일정 버스 대절, 입장료 등 모든 비용을 현지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 (솔직히 50만원으로 열흘 동안 그걸 다 제공받길 바라는 내가 도둑 심보다.)

그런데도 돈 한 푼 안 줘도 좋으니 사람만 보내달라고 하는 현지여행사도 있단다. 그만큼 현지 여행사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만 보내 주면 알아서 뜯어 먹겠다는 거지... 뜯어먹을 자신이 있다는 거지....     

 

10일 동안 내내 우리를 태우고 7개국을 넘나든 버스


사정을 알고 보면 현지 여행사에서 일하는 그들도 안 됐다. 그러니, 너무 싼 거 싼 거 찾지 말고 제값 주고 다녀야 되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또 싼 거 들이밀면 혹 하게 마련이다. 

특히 유럽은 동남아와 달리 쇼핑할 게 별로 없어서 그렇게 유람선 타기나 케블카 타기가 옵션으로 많이 제공된다고 한다. 

싸게 왔으면 옵션으로 뜯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그게 또 너무 빤히 보이는 바가지인지라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걸로 가이드가 얼마를 벌겠구나 계산 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하다.     


홈쇼핑 여행상품

그리고 또 홈쇼핑 여행 상품에 대한 기사도 보게 됐다. 

 (홈쇼핑 여행을 신청했더니, 관련 기사가 눈에 띈다)

홈쇼핑회사에 광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당 1,2 억씩 내고 들어가는 거라서, 여행사측에서는 남는 것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거기서 모집하는 이유는 여행사 이름을 알리는 차원에서란다.

나는 이번에 KRT여행사 이름을 처음 들어 봤다. KTX인지, SRT인지, 처음엔 이름이 외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모임에서 ‘케이 뭐라나 하는 여행사래’ 했더니, ‘아 케이알티 여행사구나, 거기 요즘 뜨더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다 홈쇼핑 덕분이겠지.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마을. 개인 여행으로는 이런  마을까지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다니기는 어렵다.


가이드 눈치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아무튼 될 수 있으면 열 받지 말고 순순히 뜯길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나기로 한다. 

추가 요금은 기사와 가이드 팁 120유로. 옵션 다 더하면 500유로에 육박한다.

옵션을 어느 정도 선택할지는 선이랑 의논해서 하기로 하고.

옵션 프로그램을 안 따라가고 그냥 골목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괜찮은데...  

그러려면 가이드 눈치를 견뎌낼 강심장도 준비해야 한다.      


자 떠나자! 뜯길 준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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