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러가 알아야 할 "회계지식" 이야기
사람은 글과 말로 소통하지만 기업은 데이터로 소통한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회사에 출근해서도 글과 말로써만 소통하려 들지만, 사실 회사라는 곳에서는 글과 말보다는 숫자를 통해 말하는 곳이다. 요즘 많이들 쓰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란 말도 사실 그저 당연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미생」에서도 이런 멋드러진 표현이 나왔었다.
"그래 빨리 배워둬. 회계는 경영의 언어니까."
저도 회계를 잘 모릅니다.
필자는 중소기업 HR러다. 사실 중소기업에서는 회계팀과 인사, 총무팀 등이 회계팀과 함께 모여 "경영지원본부, 경영지원그룹" 등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고, 현재 필자의 회사 또한 그렇다. 그래서 회계 부서와는 항상 밀접하게 지낸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런 당신은 회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라고 필자에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직 멀었소이다."에 가까울 듯 하다.
사실 대학생 시절 경영학과에서 회계원리를 배웠던 어렴풋한 기억과 더불어, 20대 초반에 호기롭게 세무공무원이 되어 보고자 회계학원론을 배웠던 기억은 있지만 딱히 기억은 나지 않고, 직장인이 된 후에도 회계관련 책을 구매하여 본 적이 몇번 있긴 하지만, 머릿속에 든 것은 딱히 없다.
지금도 회계가 막 배우고 싶을 정도로 메리트 있는 직업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생각 끝의 결론은 아무래도 모든 직무의 연봉 데이터를 만지는게 내 일이다 보니까, 경영진의 입장에서 "별 문제만 없다면 별 관심도 없을 수밖에 없는" 보통의 회계팀 처지를 옆에서 참 많이 봐왔기 때문인듯 하다. 어쨋거나, 개인적으로는 회계는 어렵기도 어렵고 잘 알고 싶지도 않은 게 사실이다. (최소한 내겐 그렇다는 말이니 오해하시지 않길..)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것 같다.
사실 회계만 싫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수학이 싫어서, 숫자 만지는게 싫어서 숫자와 관련된 것은 천성적으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시는 분들 꽤 봤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무역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을 배경으로 그려졌고, 그 곳에서는 회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러인 우리에게 회계는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몰라도 될 문제인 것일까?
중소기업에서의 회계의 필요성
사실 "회계는 경영의 언어다."라며 회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드리고 싶지만, 그런 것까지 설명하기에는 필자도 회계를 그리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다행이도 필자 또한 회계를 잘 모르고서도 여태껏 딱히 부족함 없이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다.
(물론 모든 지식이 그렇듯,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좋겠지만) 중소기업러로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회계 지식의 범위는 우리 회사 혹은 내가 이직하려는 회사의 재무상황 정도로 설정하실 것을 추천드린다.
회사의 재무상황을 알지 못한 채 회사를 다니거나 이직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1. 가장 큰 문제는 "보상 수준"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어려워지면 기대했던 것만큼 연봉을 올려받지 못하거나, 연봉이 동결되기도 한다. 자금수준이 충분한 대기업이야 잠깐 영업이 안된다고 해서 연봉 인상에 큰 타격을 받는 일은 많지 않지만, 중소기업은 그 해의 재무 상황이 사실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나의 역량이나 성과만큼 보상받으리라는 순진한 기대보다는, 회사의 재무상황부터 냉정하게 따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어차피 회사가 돈 잘 벌어도 대표가 다 가져가더라고? 그런 대표님이 만약 장사마저 잘 안됐을 경우 얼마나 더 추악해질지 상상해 보라. 당신이 만약 스타트업을 다닌다면, 그리고 아직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했다면..? 회사의 현금흐름은 당신의 보상에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나의 성과나 역량도 뒷전이 되고 만다. 그게 인사팀이 본 현실이다.
2. 장사가 안되면 회사 분위기가 싸해진다.
구성원들이 쉬쉬하고, 누군가가 정리해고를 당할거라느니. 더 저렴한 사무실로 이전해야 한다느니. 복지를 축소한다느니, 영업팀이 책임이라느니, 개발팀의 책임이라느니. 하다못해 제대로된 사람 안뽑은 인사팀 책임이라느니. 곳간이 바닥나니 인심이 흉흉해지며(?)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 되어버린다. HR팀의 경우, 조직문화를 기획하거나 제도를 설계하고 복지제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전부 무산되어 버린다. 아니, 무산된다기 보다는 그 무슨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전만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말 슬프고도 정말 문제인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런 상황에서 일좀 한다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좋은 곳 찾아 떠나게 되고, 갈 곳 없는 무능력한 직원들만 남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3. 비자발적 실업자가 된다.
아무리 내가 간절히 원해서 합격한 곳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닥 원치 않는 중소기업을 제 발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직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만큼 상대적으로위험에 빠지게 된다. 물론,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올 수 있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 갑자기 이별하게 되고, 이 회사에서 업무 스펙을 쌓아가려던 나의 플랜도 물거품이 된다. 내 발로 나가는 것과 쫒겨나는 것은 천지차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러 모인 곳인데, 우리가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니. 사실 약간 망신이기도 하고,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혹시 실업급여 타서 개꿀이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 포스팅은 그만 보시고 조용히 닫으셔도 좋다. 나는 그런 류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닌듯 하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기업의 재무자료(재무제표라고도 한다.)는 크게 2가지다. 그 재무제표 중에서도 몇가지 정보만 간략히 확인하면 된다.
1. 재무상태표(Balance Sheet, B/S)
특정 시점(보통 연말)에 재무상태를 자산(가진것)=부채(빌린것)+자본(투자한것) 형태로 가공한 자료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자본총계보다 부채총계가 3배 이상 크다면(이를 "부채비율"이라고 한다.) 조금 문제가 있다. 아주 만약에 자본이 마이너스로 뜬다면 "자본잠식" 상태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주주가 투자한 금액을 전부 날려먹고 남은 것이 없다는 의미)
2. 손익계산서(Income Statement, I/S)
특정 기간중, (통상 한해동안) 회사의 재무적 성과를 나타내는 장표로, 아래의 것들을 주로 살펴보자.
매출액(한해동안 번돈)이 일단 중요하고,
매출액에서 원가를 뺴고 판매까지 이어지는데 든 비용을 차감한 영업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영업이익에서 영업외비용 등을 제외한 최종 결과물인 당기순이익 또한 중요하다.
매출액은 곧 회사의 "가능성"과도 직결되므로, 영업이익/영업외비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중소기업,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시장에서의 반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좋은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우리 사업을 통해서 얼마나 이윤을 남겼느냐의 문제이므로, 당연히 크면 클수록 좋고 가급적 마이너스가 아니면 좋겠지만, 마이너스의 폭이 해마다 점점 커진다면 사실상 사업성이 부족한 아이템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나라 곳간이 거덜날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재무제표 확인하는 방법
대기업의 경우 이른바 공시 의무가 있다. 즉, 우리 회사의 재무상황 등 중요 정보들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의무이다. 우리가 주식창에서 회사의 주가도 확인할 수 있듯이, DART라는 곳에서 보다 상세한 재무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공시 의무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재직자의 경우 운좋게 공용폴더를 뒤저서 찾거나, 혹은 회계팀에 부탁하여 재무제표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직희망 회사의 재무정보는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다행이도 방법은 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이라는 것을 활용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자산, 부채, 자본,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앞서 언급했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에 관한 내용 및 조회 방법은 과거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공유드리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불법링크 아니니 안심하시길. (링크 클릭)
만약 해당 기업이 벤처기업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벤처기업확인시스템에서 위 시스템보다 좀더 자세한 재무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 링크를 첨부드린다. (링크 클릭)
아마도 다른 포스팅보다는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회계란 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방학 숙제처럼 생각에서 지우고 싶은, 미루고 또 미루고 싶은 그런 존재..
그렇지만, 회계를 안다는 것은 이 시리즈의 제목처럼 "생존"을 준비한다는 뜻이며, 나아가 더 나은 곳으로 나의 꿈을 펼쳐 나가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나의 올바른 성장을 준비한다는 차원으로, 필자가 설명한 모르는 내용이 있었다면 이참에 꼭 숙지하실 것을 권유드린다. 이정도는 매우 간단한 개념이다.
그런데, 생존과 성장의 의미를 떠나서라도 직장인이라면 오늘의 포스팅 내용들은 꼭 인지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부분 기업들의 설립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는데, 우리가 몸담은 이 회사가 목적에 맞게 이윤이 잘 발생하고 있는지,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은 것은 아닌지, 투자한 돈을 전부 까먹고 빚에만 허덕이는 수준인지 정도는 따져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닐까.
마치 인간이 스스로 태어난 의미를 찾고,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하는 것처럼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