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중소기업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파헤쳐 보는 어마무시한 이번 시리즈(?)
지난 1편에 이어, 그 후속편으로 오늘은 "업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요즘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서 방구좀 뀌어본(?) 분이라면 지겹게도 들어봤을 태도에 관한 이야기.
과연 우리같은 "중소기업러"들에게도 이러한 업의 태도가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일의 태도란 무엇일까
태도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명확하게 정의부터 하고 넘어가자.
직장에서의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마치 "싸가지 있다." "의리있다." "열정적으로 일한다." "책임감 있다."정도와 동음이의어처럼 쓰이기도 하는, 인정욕구 넘치는 사람들에게 열정페이를 갈구하는 듯한 이 "업의 태도"라는 단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나만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단계."
일의 태도는 곧 "일의 의미" 찾기
최근에 즐겨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 제일기획의 임원이자 현재 책방을 운영하고 계신 최인아 님의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는, 자신이 오랫동안 제일기획의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자신의 업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은 그저 광고주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랜 고뇌가 담겨 있다.
광고라는 일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가진 자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 주고, 광고를 태울 여력이 안되는 작은 기업들은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고뇌였으리라. (참고로 제일기획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삼성 계열의 광고기획사다.)
오랜 고민 끝에 그녀는 "광고란, 브랜드를 다루는 일"이라는 좀더 나은 정의를 찾게 되었고, 좀더 나아가 "광고란, 크리에이티브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일"이라는 진정한 업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 생산자로서의 삶에 있다는 확고한 생각이 들게 되면서, 그 후로부터 무언가 든든한 백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면서 말이다. 자신이 무엇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 구절에서 내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업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나만의 업의 의미를 찾아가는 단계라는 것을 깨닳은 순간이었다.
나의 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평범한 한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해지고 싶은 평범한 한 개인으로서, 나에게 HR이란 여러 수단 중 경제적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높여줄 가장 확률 높은 수단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최인아님이나 여느 유명인들처럼 그렇게 멋지고 깊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 내 현실은 '그런 한가한 고민'처럼 들리는 업의 태도를 논하기에는 너무도 바쁘고 치열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는 '애초에 나와는 시작점부터가 다르잖아~'라는 자기변명을 내뱉기도 했다.)
사실 내 경험상 중소기업에서 어느정도 성공하는 데까지는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중소기업에서 '일 좀 한다'라는 표현을 들으려면 경제적인 이유, 혹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가 어느정도 높다면 성공 확률은 충분히 높다.
그러나, 내가 중소기업에서 적당히 인정받고 적당히 일 잘하는 직원으로 내 커리어를 종칠 계획이 아니라면, 더 나은 개인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려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업의 이유가 돈이나 인정, 명예 등으로만 끝나서는 부족하다.
HR 담당자로서 나의 업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으면 한다.
"구성원들의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도록 돕는 것"
"그들 모두가 업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것"
"구성원들 모두가 진정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는 앞으로 평생 고민하고 계발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인생의 목적이자 이유이다.
내가 일에 대해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가?
일전에 배달의민족 한명수 COO(Chief Creative Officer)께서 어느 한 포럼에서 발언하신 내용을 참고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일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여가,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을 자발적으로, 내 마음대로 하는게 아니라 남이 시켜서 하는 행위로 여기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면 일은 참고 견뎌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일의 주인이 내가 아닌 거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원해서 잃는 사람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여가나 놀이가 아닌 '나태'에요."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COO, 어느 강연장에서.
의미에 사명을 더한다면
좋은 말들을 언급한 듯하지만, 직장인에게 일이란 결국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이도(?) 경제적인 관념을 넘어서게 된다면, 좀더 멋지고 그럴싸한 이유가 탄생한다. 이 단계부터는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유를 찾아서 하게 된다. 어디서든 어느정도 인정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 정도라면 충분히 리더로서의 소명을 달성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하마드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 이순신 장군(?)과 같은 위인들도 업의 의미를 찾는 것에서 그쳤을까? 그들에게 물어볼 기회는 없지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나만의 의미를 찾은 누군가가, 업을 자신의 사명감(혹은 소명)으로 여기는 순간, 업의 태도는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한다. 경제적인 이유도, 핍박도, 정치도, 사랑하는 사람도, 가족도 막을 수 없는 이유.
그것은 사명감일 것이다.
아직 나는 나의 일에서 사명감이라고까지 불릴 이유는 찾지 못했다.
좀더 성장하여 뚜렷한 나만의 일의 의미를 갖게 된다면, 그때 다시 고민해 보리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The Great Escape"
업의 태도가 어떻든, 사명감이 어떻든 간에, 사실 중소기업을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거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업의 크기를 떠나 지금보다 좀더 훌륭한 환경에서 나의 역량을 발휘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합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그런데, 나의 탈출이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닌 "위대한 탈출"로 남겨지기 위해서는 꼭 한번쯤 나의 태도를 점검해 보도록 하자.
"나는 나의 업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단순히 이러한 고민을 몇 번 한다고 내 인생을 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이 누적된 삶은 그 누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빛이 난다. 멋지게 해내고, 멋지게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출근할 때 아드레날린 분비를 위해 듣는 Boys Like Girls의 『The Great Escape』라는 곡에 나오는 가사를 인용하여 마무리 해볼까 한다. 지옥같은 월요일 출근길에 한번쯤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Throw it away. Forget yesterday. We'll make the great escape."
"던저버려. 잊어버려. 우린 위대한 탈출을 할거야."
친절하게 유튜브 링크도 함게 챙겨 드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