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나는 달랐다. 동네 사람들이 보이면 엄마 뒤에 숨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게 너무 부끄러운 아이였다. 그런 나를 부모님은 웅변학원에 보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학원은 웅변이라는 탈을 쓴 유치원이었다.
뭐 그래도 다른 건 거의 기억에 없는데~ 웅변을 많은 친구들 앞에서 해야 했던 부끄러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 차례가 되어 나가야 하는데, 부끄러워서 못 가는 나를 선생님이 반 강제로 끌고 간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화가 치밀고, 교육청 신고감이긴 한데, 나의 어린 시절에 유아에 대한 인권이 그리 강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께 그날의 사실을 말할 성격도 아니었다.
웅변학원을 간다고 기질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내가 조금씩 내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 건 어느 순간 너무 많이 뺏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의견을 말하지 않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른 친구들이 다 하고 남은 것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늘어났다. 사실 의견이라기보다, 그땐 말 수 자체가 지독히도 적은 아이였다.
근데 또 내가 욕심이 없는 편은 아니라 나도 갖고 싶다고 말을 못 한 것에 비해 감당해야 하는 뒷일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3녀 중 막내로 딸 부잣집 애교쟁이였다. 집에서는 막내의 특권이 막강했는데 밖에서는 찌꺼기가 되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시작한 것 같다.
기질은 있으나, 연습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감에 차서 먼저 손들고 이야기를 하는 당당한 유년의 기억은 없다.
지금은?
가능하다. 먼저 질문하기가! 직업적인 것도 있고, 사범대를 가던 순간 이런 변화는 예견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욕심이 기질을 이기는 순간이다.
그럼 미움받을 용기도 가질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나는 오늘도 조금씩 변하려고 몇 가지 일을 실천했다. 그리곤 홀가분해졌다. 이런 기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