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이렇게 하는 건가?”
“아니야! 선생님이랑 완전 달라! 하나도 안 시원해!”
“우리 엄마 아빠 싸우지 마세요. 제가 다시 알려드릴게요.”
토요일 오전, 10쌍의 예비 엄마 아빠들이 꿀 같은 주말 휴식을 포기하고 임산부와 태아에게 좋은 마사지를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임신을 하면 예비 엄마의 몸속에서는 대격변이 일어난다.
자궁은 본래 크기 보다 50배나 커지고 온몸의 206개의 뼈와 피부 구멍까지 다 열린다. 하지만, 엄마만 변화를 겪는 것이 아니다. 제일 바쁜 건 아기다. 아기는 최초의 자기 집인 자궁안에서 엄마 닮은 눈도 만들고 아빠 닮은 코도 만들며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아빠의 따뜻한 터치이다.
임신 5개월이 되면 태아의 청각과 오감이 발달해 외부의 상태를 모두 느낄 수 있으며 양수를 통해 전달이 잘 되는 소리의 음역대는 중저음이기에 엄마보다는 아빠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인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아빠의 손길을 하루 30분씩 세 식구가 함께 해보면 어떨까?
우선, 아내의 팔과 다리를 천천히 꾹꾹 눌러 편안하게 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물주물 하며 손을 빨리 떼면 하나도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한 곳의 근육을 잡고 90초 이상 같은 힘을 유지하면 아내의 뭉친 근육은 어떤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시원하게 풀릴 것이다.
그다음은 뱃속의 우리 아기와 만나보자.
아내의 배를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러고는 손을 살포시 얹은 채 아빠의 하루 일과를 아기에게 이야기해 준다. 태담 하기 좋은 시간은 8시부터 11시...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와 느긋한 시간을 아기도 기다리는 것이다.
태담법을 알리려 나의 손을 산모 배에 올리는 순간, 배가 꿈틀거리며 아기가 아는 체를 한다. 감동의 순간이다. 매일매일 이렇게 아기와 인사를 한다. 이 아기는 엄마 아빠의 아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본 아기이다. 건강한 아이들이 하나 둘 성장하며 가정을, 마을을, 사회를, 세상을 건강하게 채운다. 그러니까 그들의 아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기다.
이 순간들을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이 일을 나는 너무 사랑한다. 매일 한시간 고속도로를 달려 힘차게 출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