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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희 Jul 09. 2023

얼음, 조심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나의 눈이 멈춘다. 산후조리원 테라피실을 방문한 예비 엄마 아빠의 손에 차가운 음료라니. 마시는 사람의 속은 시원하겠지만, 그걸 보는 나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두 분, 여기 쇼파에 앉아 산모의 현재 몸 상태와 평상시 생활습관을 체크해주세요.”

설문지를 작성 후, 산모가 테라피를 준비하는 잠깐 동안 설문지를 살펴본다.


‘부종이랑 통증이 제일 심한 곳은 종아리...밤에 쥐가 나는 횟수는 2~3번, 자다 깨다 횟수도 많으시네...체중 증가가 13kg? 벌써? 평상시 먹는 물의 종류는 얼음 물이라...’

아니나 다를까. 실제 보니 임신 28주 차 산모의 다리는 손가락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터질 듯이 부어있다. 얼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임신을 하면 속이 답답하며 울렁거리는 증상을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얼음을 통체로 어그적어그적 씹어 먹는 산모도 많다. 하지만 그때만 시원할 뿐이다!

얼음물을 먹는 순간 몸속이 차가워진다. 혈관은 수축하고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피로감이 커진다. 체중도 끝없이 증가한다. 또, 근육이 딱딱해져 온몸이 다 아프다. 피부는 얼룩덜룩 색이 진해지고 밤에는 불면, 낮에는 우울감과 싸워야 한다. 산후에는 관절 시림 같은 산후풍 증상이 따라오기도 한다. 부종, 체중, 통증이 끝까지 남아 산모의 인생을 괴롭힌다.


테라피가 끝나고 한 시간 동안 기다린 예비 아빠와 함께 자리를 한다.

“부종과 통증, 과도한 체중 증가의 범인이 얼음이에요!”

이번에는 안되겠다 싶어 내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간다.

“얼음은 임산부에게 독약이므로 절대 안됩니다. 산모도 안되고 아기 아빠도 안됩니다. 특히 한여름 옆에서 얼음 먹지 마세요. 산모가 참기 힘들거에요.”

예비 아빠가 핸드폰 메모장에 적기 시작한다.

“출산 하면 마셔도 되죠? 와이프가 아이스 음료를 워낙 좋아해서요.”

“출산 후 1년까지 안돼요. 임신 기간만큼 동일한 회복 시간이 필요해요. 물의 온도는 정수기의 정수온도! 하루 마시는 물의 양은 1.5리터! 마시는 방법은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마신다! 잘 체크하셨죠?”아빠는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와이프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싼다. 두 사람은 살짝 뒤를 돌아보며 파이팅 넘치는 굳은 의지의 표정으로 눈인사를 보낸다. 나의 마음이 흐믓해지는 순간이다.




https://youtu.be/QqCV6kgll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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