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모유 수유 안 할래요. 그냥 분유 먹일래요”
입실 4일차인 107호 산모가 젖몸살의 통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모유 수유 포기 선언을 했다.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통증이기에 아무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말이 진리라는 걸 출산 직후 깨닫게 된다. 젖몸살도 설마 이 정도 통증인가 싶게 산모들을 힘들게 한다.
출산 3~4일이 되면 뜨거운 열감과 오한이 왔다 갔다 하며 가슴이 돌덩어리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더 괴로운 건 가슴 통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팔, 등, 목, 머리, 온몸으로 통증이 퍼진다.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가슴의 모유선 조직 비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모들도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 오죽하면 애 낳는 것보다 젖몸살이 더 아프다는 말이 있을까. 이때는 산모가 예민하기 때문에, 테라피스트도 조심조심 다가가야 한다. 심리적인 위로도 필요하니 테라피 실에서도 관리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무서운 젖몸살도 우리의 손을 거치면 해결된다. 절반 이상의 산모는 한두 번 가슴관리만으로도 젖몸살을 무사히 해결하고 모유 수유를 시작한다. 상태에 따라 반은 모유, 반은 분유를 먹이는 수유를 시작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모유를 짜서 모으고, 빨기 쉬운 젖병 맛을 들이고 나면 모유를 잘 먹지 않으려는 아이와의 밀당도 해야 한다.
어떤 산모는 부부 둘만의 비밀스러운 결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제가 워킹맘이기도 하고 신랑이 가슴 처지면 안 된다고 해서요. 저희 부부는 처음 젖이 나오는 며칠만 먹이고 그냥 분유 먹이기로 했어요. 그런데, 잘하는 걸까요? 괜히 아기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모유 수유를 포기하며 아기에게 미안해하는 산모를 보면, 나는 그 어떤 결정이라 할지라도 옳고 그름은 없다고 엄마의 결정을 지지해 준다. 누군가의 딸이었다가 아내, 며느리가 되고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엄마가 된 그녀. 그녀들은 임신, 태교, 출산, 산후조리까지 열 달을 묵묵히 걸어왔다. 이제 대본도 없는 1인 다 역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더 이상의 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 힘찬 응원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