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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도란의 새벽다락 Oct 12. 2023

위로상점

살다 보면, 어쩌다 낯선 사람에게 큰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철없던 20대 초반엔 무슨 마음이었는지, 연애에 대한 넋두리식 고민 이야기를 택시 기사님에게 쏟아낸 적도 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힘듦을 잠시 잊고 싶었던 것 같다.


최근엔 너무 고맙게도, 몇 개의 상점에서 위로를, 감동을 받아버렸다. 손님인 나의 친절한 태도가 너무 고마웠다며, 내가 좋아하는 녹차빵이 들어오자마자 문자로 알려주겠다며 챙겨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오늘은 많이 피곤해 보인다며 걱정해 주는 간식가게 사장님, 부러진 안경다리를 고치러 오랜만에 방문한 안경점에서 자취와 연애에 대한 공감토크를 나누고 포근한 응원을 받은 것까지.


예전엔 이 세상이 나에게 참 가혹했는데…

서로의 다정을 주고받는 지금의 세상이 참 좋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 얼어버린 마음…

그래, 나도 참 사람을 좋아했었지.

나의 그 본래의 성향을 일깨워주는, 그런 순간들을 만나면, 해사한 햇살이 스미듯 따뜻해진다.


때론 내가 나 자신의 위로상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맑은 휴일 오후, 커피맛이 좋은 카페에서 바닐라라떼를 테이크아웃해 고요히 거니는 것, 비가 오는 어느 날엔 빨간 우산을 쓰고 미술관에 홀로 가는 것,

그도 저도 모두 지치는 날엔, 방에 무드등만 켜놓은  좋아하는 예능이나 영화를 보며 방구석 파워뒹굴러가 되는 , 추억의 K-POP, 요즘 꽂힌 노래들을 믹스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들으며  쉬는  .


나도 누군가의 위로상점이 되어주고 싶다.

소란한 마음이 뒤척이는 어느 새벽, 오래된 노트와 연필이 있는 반짝반짝 비밀스러운 다락방처럼.

새벽다락, 그 안에서 오래오래 서로의 다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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