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도란의 새벽다락 Aug 23. 2023

혼자 살아서 다행이야

서울에 혼자 사는 여자 이야기


서둘러 30대가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던 2020년 1월 1일, 어찌나 기쁘던지.

비로소, 마침내, 바야흐로 30대라니!


아프고 혼란스러웠던 10대,

서툴고 치열했던 20대여 드디어 안녕-

나도 마침내 30대가 된 것이다!


-


30대가 되어 꼭 하고 싶던 일 중 하나,

바로 ‘내가 사는 공간의 독립’이었다.


 ‘좋은 공간이 주는 힘’은 엄청나다.

상처가 없는 곳에서, 내가 새롭게 꾸린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예쁜 자취방’이 너무 갖고 싶었다.


-


정말로 혼자 살아보니, 깊이 느낀다.

자취하길 너무 잘했다!


먼저 온전한 휴식을 할 수 있다. 어떠한 갈등이나 속 시끄러울 일 없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나의 하루, 나의 마음, 나의 삶을 바라보고 추스르고 회복할 수가 있다. 실제로 자취를 하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고 행복지수도 올라갔다.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로 우리 집을 예쁘게 꾸밀 수 있다. 내 감성, 내 취향으로 물들이는 내 공간! 정말 행복하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여기 사는 것 자체가 취미가 된다. 내가 사는 집은 우리 집 자체도 좋고, 우리 집 주변 공간과 분위기도 내 스타일이라서 더 좋다.


또,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난 이런 걸 정말 못하는구나. 난 이런 건 잘하는구나. 아,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차근차근 나만의 걸음으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해나가다 보니, 근거 있는 자존감이 탄탄히 생겨나는 기분이다.


-


3달 뒤쯤이면, 자취러가 된 지 2년이 된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초보자취러인 것 같다.

부족한 게 여전히 많다.

어쩌면 독립은, 외면하고 싶은, 나의 못나고 구린 면들을 스스로 직면하고 성숙해져나가는 과정이리라.


사실, 꽤 비싼 월세와 관리비로 인한 부담감이 크지만,

그것을 꾸준히 감당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 내 마음에 드는 이곳에 쭉 살고자, 이곳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러니 안주하지 않고, 내 삶의 소망들을 이뤄가야지.


나는 내가 참 재밌다.

앞으로의 나날들은 더 재미날 거야.


“혼자 살아서 다행이야.”








작가의 이전글 한동안은, 봄의 재촉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