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혼자 사는 여자 이야기
서둘러 30대가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던 2020년 1월 1일, 어찌나 기쁘던지.
비로소, 마침내, 바야흐로 30대라니!
아프고 혼란스러웠던 10대,
서툴고 치열했던 20대여 드디어 안녕-
나도 마침내 30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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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어 꼭 하고 싶던 일 중 하나,
바로 ‘내가 사는 공간의 독립’이었다.
‘좋은 공간이 주는 힘’은 엄청나다.
상처가 없는 곳에서, 내가 새롭게 꾸린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예쁜 자취방’이 너무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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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혼자 살아보니, 깊이 느낀다.
자취하길 너무 잘했다!
먼저 온전한 휴식을 할 수 있다. 어떠한 갈등이나 속 시끄러울 일 없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나의 하루, 나의 마음, 나의 삶을 바라보고 추스르고 회복할 수가 있다. 실제로 자취를 하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고 행복지수도 올라갔다.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로 우리 집을 예쁘게 꾸밀 수 있다. 내 감성, 내 취향으로 물들이는 내 공간! 정말 행복하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여기 사는 것 자체가 취미가 된다. 내가 사는 집은 우리 집 자체도 좋고, 우리 집 주변 공간과 분위기도 내 스타일이라서 더 좋다.
또,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난 이런 걸 정말 못하는구나. 난 이런 건 잘하는구나. 아,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차근차근 나만의 걸음으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해나가다 보니, 근거 있는 자존감이 탄탄히 생겨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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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뒤쯤이면, 자취러가 된 지 2년이 된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초보자취러인 것 같다.
부족한 게 여전히 많다.
어쩌면 독립은, 외면하고 싶은, 나의 못나고 구린 면들을 스스로 직면하고 성숙해져나가는 과정이리라.
사실, 꽤 비싼 월세와 관리비로 인한 부담감이 크지만,
그것을 꾸준히 감당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 내 마음에 드는 이곳에 쭉 살고자, 이곳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러니 안주하지 않고, 내 삶의 소망들을 이뤄가야지.
나는 내가 참 재밌다.
앞으로의 나날들은 더 재미날 거야.
“혼자 살아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