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사 없는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된다. 내 마음이 이런저런 가사로 가득 차서, 비어있는 그 선율 위에 한 줄 한 줄 내 마음을 포개어본다. 나는 계절을 많이 타는 편이다. 알고 보니 계절성 우울이라는 말도 있더라. 그 말을 알고 나니, 한결 편안해진다. 정체 모를 이 가라앉음은, 어쩌면 단순히 그래서일 수도.
돌이켜보면 참 감사한 것들 투성이다. 많이 가지고 많이 받았다고 느낀다. 한겨울, 이렇게 예쁜 눈을 볼 수 있는 두 눈,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두 귀, 튼튼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잘 버텨가고 있는 내 몸, 달콤한 딸기, 딸기쿠키, 딸기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기쁨까지. 매 순간이 축복임을 새삼 깨닫는다.
‘좋은 것만 생각하렴.’
10대 시절 다니던 영어학원 한쪽 벽에 붙어있던 글귀. 다정한 선생님의 손길 한 줄이었겠지. 그 한 줄이 유난히 콕 박혔던 건, 아마도 그 시절, 좋지 않은 많은 것들에 지쳐있었기에. 그때 그 한 줄이 여전히 선명하게 내 마음에 남아있다. 솔직히 한없이 나약하고 흔들리는, 부족함 많고 두려움 많은 나이지만… 그래도 좋은 것만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본다. 작심삼일이면, 3일마다 한 번씩 힘내지, 뭐.
어젯밤 갑자기 눈이 내렸다. 눈이 오면, 슬퍼지는 이유. 현실적으로는, 안전히 걸어 다니기 불편해져서. 시적으로는, 눈사람이 생각나서. 눈사람이랑 잔뜩 신나게 놀고 안아주고 행복했는데, 그 눈사람이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지는 그런 상상이 들어서. “어디에 있어?” 라며 애타게 찾는 아이가 떠올라서. (눈아이_안녕달 그림책에 그 장면이 나온다.) 그 그림책에선, 다음 겨울에 눈아이를 다시 만나지만, 우리네 세상에선, 대체로 갑작스러운 잃어버림 뒤엔, 영영 깊은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게 되니까. 그래서 눈이 슬프다. 그래서.
생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지치고, 소중한 무언가를 잃을까봐 두렵기도 하지만. 수많은 기적과 축복이 내린 매 순간에 감사하며-
“참 예쁜 겨울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