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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Apr 04. 2023

말로써 지은 죄

사람을 얻는 데는 짧게는 며칠 만에, 길게는 수어년이 걸려야 얻어지지만,

그 사람을 잃는 데는 너무나 한순간이다.

진실되게 말했던 말들과 시간들이 한순간 거짓처럼 사라지는 일들이 벌써 몇 번째 인가.

바닷가 금빛 모래 위에 쌓은 모래성이 한순간 바닷물에 휩쓸려 무너지는 그 순간들이랄까.


말로써 지은 죄

그로 인해 무너진 모래성.

진실된 시간들이 거짓으로 바래진 우리들의 시간.

되돌릴 수도 없고, 되돌려도 탄탄하게 쌓았던 그 성으로 다시 세울 수 없음을 안다.


최근 오래도록 알고 지낸 지인과 사소한 오해로 인해 관계가 영 서먹해지고,

서먹해진 시간들이 쌓여  더 이상은 만날 이유도, 대화할 이유도 없어진 상황이 최근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그 한마디를 안 했어도 됐을 건데,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되받아치지만 안 했어도 됐을 건데,

돌이켜보면 그때 서운하더라도 조금 참았으면 됐을 건데.


오만가지의 후회와 생각들이 밀려났지만

이미 닫힌 마음의 문은 열릴 일도 없고, 열 의지도 이미 사라짐을 나는 안다.


말로써 지은 죄.


우리네 인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수많은 죄를 지으며 살아간다.

여기서의 죄란 폭력, 도둑질, 살인 등의 정말 인간이 해서는 안될 잘못된 행동뿐 아니라,

내뱉는 말이나 사소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모든 것도 죄가 될 수 있다 것이다.

가톨릭에선 이런 죄를 고백하며, 스스로 양심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더없이 투명하고 맑은 유리창을 잠시 상상해 보자.


햇빛이 그대로 여과 없이 투과되는 빛나는 유리창에, 작은 티끌 하나가 앉게 되면 눈에 띄게 더럽게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을 닦아 내려 애쓴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든다.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맑은 유리창에,

인간의 모든 행동으로 비롯된 잘못된 일들로 더럽혀지고

그것을 조금이나마 개운하게 씻고 반성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인간은 거듭된 잘못과 용서를 청하며 살아간다.


탓이요  탓이요 저의 큰 탓이로소이다


무너진 모래성 앞에 헛헛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카카오 톡 단체방을 나가버린 그 지인 동생의 서운함은 당분간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오래도록 곱씹고 생각이 날 것만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잊히기를...

서로서로 주고받았던 상처들이 어느 날엔가 깨끗이 잊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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