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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찬홍 May 14. 2018

식품회사와 푸드스타트업

F&B에도 스타트업 바람이 분다

1.


2010년 즈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 하루같이 유니콘같은 회사들이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등. IT서비스답게 단기간내에 수백, 수천만 유저를 확보하며 기존 빅플레이어들이 눈을 돌리기 전에 시장을 선점 후 새로운 수익 모델을 통해 거대한 회사가 되었다. 그 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오며 스타트업 열풍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트업 붐은 오로지 IT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변화가 가장 늦던 F&B 분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간편한 식사를 연구하는 인테이크, 한국의 크래프트 비어를 세계로 전하는 더부스, 그리고 미국에서 숙취 음료를 만드는 모닝리커버리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 회사들을 그저 식품 회사, 맥주 가게라 부르지 않고 푸드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왜 스타트업이고 식품회사가 아닐까?


(좌) 인테이크  (우) 더부스




2.


흔히 '스타트업'이라 부르는 회사들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린스타트업 정신으로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한다

새로운 시도에 개방적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다


과거 IT업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특징들이, 최근 푸드 스타트업들이라 불리는 곳들에서도 보이고 있으며 그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1) 인테이크


인테이크는 '닥터넛츠'라는 소포장 견과류를 시작으로 F&B시장에 처음 뛰어들었고, 그 후 '모닝죽'이라는 대표 상품을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바쁜 현대인에게 효율적인 식사를 제공하며 '미래식사'를 연구한다.


인테이크는 국내에서 크라우드 펀딩 채널을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다. 다양한 신제품을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검증하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성 높은 제품에 주력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다. 마치 IT 서비스들이 빠른 A/B 테스트를 통해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이 제품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닝죽, 밀스 등이 주력 상품이지만, 최근 들어 카테고리 확장 속도가 빨라져 100여개가 넘는 제품군을 다룬다. 모든 제품이 성공할 수 없지만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결국 좋은 제품들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30억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국내 F&B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1세대 푸드 스타트업 회사라 생각한다. 전체 고객 중 70%가 2030이라고 하니, 더욱 다양한 제품군에서 젊은 층들을 타겟으로 한 재미있는 시도들이 기대된다.

<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고객 반응을 테스트하는 인테이크 >




2) 더부스


오프라인 맥주 펍으로 시작했음에도 '가게'가 아닌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회사다. 2013년, 경리단길에 1호점을 내며 오프라인으로 시작 후, 지금은 편의점과 마트에서 캔맥주, 병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콜드체인을 통해 일반 음식점에 생맥주도 공급하고 있을만큼 분야가 넓어졌다. 최근 몇년간 크래프트한*, 생활맥*, 브롱* 등등의 크래프트 비어 회사들이 수십개의 매장을 늘린 것에 반해 더부스는 아직 매장이 채 10개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독 더부스만 맥주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더부스는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참 잘한다. 신제품 출시 후 유명 연예인과 막대한 비용으로 마케팅을 하는 기존 빅플레이어들의 방식과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작은 회사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맥주들을 만들어낸다. 방송인 노홍철과 함께 만든 맥주, ‘긍정신 Red Ale’을 만들기도 했으며, 컨텐츠 회사 72초TV와 콜라보레이션하여 만든 ‘Rye IPA’를 출시했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가 가진 맥주 종류만 벌써 30가지가 넘는다. 또한 기존 업체들이 잘 하지 않는 페스티벌, 마라톤, 파티등의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면서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융화력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가맹점 사업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가졌음에도 천천히 직영점으로 더욱 완성도를 높여가는 모습을 볼 때, 훗날 맥주업계의 스타벅스같은 존재가 되려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 어디와도 자연스레 융화되는 더부스의 콜라보 맥주들 >



3) 모닝리커버리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핫한 82Labs의 숙취음료 모닝리커버리. 창업한 지 8개월만에 매출 40억을 달성했는데, 무엇보다 이 회사의 마케팅 방법을 보면 전형적인 IT 회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82Labs는 신제품 출시 후, 전통적인 회사들이 하는 외부 브랜드 전문가를 쓰거나, 무료 샘플 이벤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대신 무조건 얼마만큼의 이익이 발생하는지 측정 가능한 방법으로만 마케팅을 하고 있다. 즉, 고객이 광고를 보고, 사이트로 유입되어, 결제로 전환되기까지 소요된 비용과 고객이 지불한 비용을 계산하여 얼마 만큼의 이익이 발생하는지 측정한다. 고객 당 획득 단가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감이 아닌 데이터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 출처 >> facebook 태용 페이지_82LABS )


물론, 퍼포먼스 마케팅 특성상 마진율이 높은 제품에 효율이 극대화되지만, 82Labs가 데이터에 의한 의사 결정을 해나가는 방식을 보면, 이런 방식이 더 이상 IT 서비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발전은 채널이 제한적인 작은 회사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




3.


라라스윗 아이스크림을 통해 F&B 분야에서 보낸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F&B 분야는 아무래도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수익성이 높은 편은 아니기에 소자본 스타트업이 시작하기에 분명 어려운 점들이 있다. 특히,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빅플레이어들이 워낙 많아 빈틈을 찾기도 쉽지 않으며, 유사제품 출시 또한 매우 빠르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 새로운 채널, 마케팅 방법 등 스타트업의 성장 방식을 참고한다면 아직 기회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인테이크, 더부스와 같이 선례를 남기며 성장해가는 F&B 스타트업들 덕분에, 라라스윗 또한 초기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라라스윗 또한, 다음 회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F&B분야에도 스타트업들이 늘어나 더욱 다양한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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