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by miu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 어릴 적부터 혹시 태닝한 피부인가요?라는 이야기를 줄곧 듣고 자랐다. 개인적으로는 내 구릿빛 피부가 매력적으로 보여서 좋다. 문제는 눈, 코, 입 어느 것 하나 작지가 않아서 한국인인데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국적으로 생겼다.가 압도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외국인인 줄 알았다.는 말이 대세가 됐다. 작년 인천공항에서조차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줄 서있던 내게 외국인이신가요? 한국인 맞으세요?라고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 내 얼굴이 그렇게 이국적인가 싶지만 그런 말을 많이 듣는 걸 보면 제3자가 보는 눈이 분명 나와는 다를 수 있겠다.싶다.


내가 살면서 느낀 건, 이국적이게 생겼다.는 말이 한편으로는 이목구비가 크고 시원시원하게 생겼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라는 거였다. 쨌든 다행인 건 나는 내 구릿빛 피부를 아주 맘에 들어한다는 것.


단언컨대, 우유빛깔 도자기 피부를 부러워한 적은 없었는데, 까만 피부와 화려한 이목구비에 수수하다거나 청순하다. 귀엽다.라는 말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귀엽다.라는 말은 얼굴에서가 아닌 행동에서는 많이 들어보았지만서도...^^)


생각해보니 전 남자 친구들은 나의 성격적인 시원시원함과 내 이국적인 외모를 유난히도 예쁘게 바라봐주었다. 난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얼굴이다. 중간이 없는 얼굴. 그 설명이 딱 알맞겠다.


대신 중간은 없으나 매력적인 얼굴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옷차림을 해도 어떤 메이크업을 해도 이국적인 향기를 내뿜을 수 있다는 건 행운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도도한 이미지도 강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서른 중반인 지금은 많이 무뎌지고 편해져 옆집 언니의 향기가 솔솔 난다.


문득 얼굴이라는 소재로 키보드에 손을 움직인 이유는, 오늘 미팅을 잠깐 다녀오면서다. 두번째로 본 그분 왈, 날 처음 봤을 때 무용이나, 음악, 예술하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현재의 내 일이 굉장히 의외였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가진 이미지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일이 너무 많았기에 오래간만에 또 들으니 새삼 얼굴에 대한 고찰이 하고 싶어 졌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패션 디자이너 일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가하면, 공통적인 건 왠지 예술분야에서 일할 사람 같다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예술분야에서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무엇이 날 그쪽 분야의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하는지 여전히 물음표긴 하다.


그러면서 그 분은 나와 대화를 나누기 전에 "어쩜 저렇게 센스 있게 생겼지?"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그분은 여자분이다)


회사원 시절, 시청역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회사로 올라가는 일이 많았는데 주문을 하는 동안 점원분이 내게 너무 예쁘셔서 들어오시는 순간 눈에 띄었다.는 말을 해주기도, 어떤 분들은 초아씨 뒤에서 빛이 난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한 번은 내 동기가 내게 말했다. "너 그거 알아? 너랑 횡단보도를 걷거나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널 쳐다보는 거 말야..."등등 사실 이런 에피소들은 소소하게 많은데, 그렇다고 내가 예뻐서 일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국형 미인의 기준에서 많이 벗어났다. 단지 내가 내린 결론은, 요목조목 예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와 내 이목구비에서 풍겨지는 발칙함과 카리스마 때문이 아닐까. 예쁜 사람보다는 아우라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나는, 아우라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내면과 외면의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의 외모에서 풍겨지는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결코 내가 소망하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내면을 가꾸려고 노력하는 지리한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근래 잠시 동안 내 외적인 요소를 의도적으로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그 본질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더 아름답게 잘 나이 들어가자고, 스스로에게 궁둥이 팡팡!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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