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여자

by miu

이번 설 연휴, 집에 있기로 했다. 이번엔 집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다는 시윤언니는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왔다. "초아야, 밥 먹었어?" 언니랑 잠시 수다하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마트에서 필요한 재료들도 마저 다 사왔다. 내일은 단 한 발걸음도 집밖을 나가지 않겠다는 결심의 증거다. 어제 사 온 케이크 중 티라미수는 이미 비우고 없어진 상태. 영화도 한 편 틀어 놓고 맘껏 여유를 부리고 있다. 빈둥빈둥대고 있다는 말이 제격이다.


아주 만족스럽게 충만하게 편안하게 잘 쉬고 있는 지금, 나는 노트북을 켰고 습관처럼 키보드에 손을 옮겼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터인지 내 취향 껏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나라는 사람을, 나라는 여자를, OOO한 여자로 해석하고 정의하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 노는 여자, 남은 음식 포장해오는 여자 등의 제목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섹시한 여자 혹은 섹시함에 대한 고찰이 빠졌다 싶은게 아닌가. 쌩뚱맞게도 섹시함에 대한 고찰이 이 여유로운 한가로운 설 연휴에 하고 싶어졌다.


고백하건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섹시하다 혹은 섹시한 분위기, 섹시한 이미지, 섹시하게 생겼다.는 말이었는데, 남녀 불문하고 같은 성별인 여자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떠올리는 섹시하다.는 의미로 나를 해석하고자 함은 아니다.


무튼 살면서 남녀불문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매력과 섹시함.이었는데, 나의 무엇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그렇게 느끼게 한 것일까.하는 고찰이 하고싶어졌던 것이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눈이 무언가 묘하다는 것, 눈에서 오는 것 같다고 하고, 목선과 쇄골 전반적인 몸의 체형과 얼굴, 자세에서 느껴지는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날 딱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섹시하다.라는 말을 경계하지 않는다. 해석하고 의미두기 나름이지만 섹시하다는 의미는 내 해석으로는 긍정적인 말이며, 들으면 기분좋아지는 말들 중 하나다. 이유인 즉슨, 섹시하다.는 말을 듣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 지금의 나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그 사람의 눈, 눈동자인데, 눈동자가 맑고 매력적인 사람은 내 기준에선 아주 섹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녀 불문이다.


가장 최근에도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나는 전형적인 한국적인 동양적인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다소 이국적인 그러나 아주 매력적인 얼굴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닌 척 혹은 겸손한 척도 하지 않고 나는 "감사합니다."하는데, 어떨땐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라도 보면 하나같이 무언가 설명할 수는 없는데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해주곤 한다.


내가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조금 더 디테일 하게, 촘촘하게 분석해보기로 했다. 우선은 나는 여름만 되면 자연 햇볕에 더 그을려지는 바, 그 계절이면 태닝하셨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태생적으로 다소 까무잡잡한 구릿빛 피부를 가졌고 색조화장은 하진 않지만 아이라인을 살짝 그려주는 걸 잊지 않고, 구릿빛 피부 덕분에 탄력있는 몸으로 보이기까지 한단다.(적어도 보기에만 그렇다), 날씬한 편이다. 그나마 내 체형 중에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쇄골이니, 여름엔 살짝 드러나보이는 그런 요소들도 분명 외적인 이유일 수 있겠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건 순전히 외적인 것일테다. 그러나 내가 해석한, 내가 정의한 섹시한 여자는 외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분명한 건, 외면과 내면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그 섹시함.이 나올 수 없다는 것.


나의 섹시한 여자.에 대한 해석은 이러하다. 내면이 섹시할 것. 내면이 섹시하지 않은데, 생각이, 태도가, 마음이 섹시하지 않은데 외면이 섹시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면이 섹시한 여자가 외면도 섹시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내게는 섹시한 여자. 혹은 섹시하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 비틀어 들리는 게 아니라 외려 듣기 기분좋은 단어가 된다. 섹시함에 대한 짜릿한 해석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섹시한 남녀에게 더 마음이 가고 설레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고로 내가 생각하는 섹시란, 아름다움, 멋짐, 아우라, 분위기와도 동의어가 된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섹시하다는 말을 곧잘 듣는 나로서는 긍정적일 수밖에. 이런 의미에서의 섹시라... 언제든 환영이다. 섹시함의 근원은 단 하나다. 고로 섹시한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생각인데, "나 자신을 안다는 것,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는 것, 귀하게 여길 줄 안다는 것." 그러면 어느 부분에서든 올킬이지 싶다.


나이나이하다.보니 진짜 나이들어가고 있구나.싶지만 사실 아직 그렇게 나이 들지 않았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요즘 부쩍 더 깨닫게 된 건, 밖에 나가 놀던 시절도 다 한때라는 생각이다. 나를 더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나를 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 안의 나와 더 가까워 질수록, 내 삶의 통찰과 깨달음이 많아 질수록 나는 밖보다는 집에 머무르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의미있고 가치있고 재밌으며 고독과도 더 가까워진다는 생각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고독은 은둔의 시간이 아니라 내겐 내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나와 내 삶을 재정비하는, 내 삶을 유지하게 하는 호흡의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고독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어쩌자고 또 이렇게 섹시함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해 고독으로 끝나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졌는지 모르겠는, 그러나 그게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 생뚱맞음에 미소 짓고 만다. 이러니 내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이 와중에 이 글을 마치고 냉동실에 넣어둔 스트로베리초콜릿 케이크를 하나 더 먹을까 말까를 생각하고 있는 나다. 할까 말까 할땐 하랬다. 기분이다! 명절이니 먹자!! 이러다 뉴욕 치즈 케이크 2개 까지 먹을라. 그렇게까지는 아니된다며 애써 마음을 진정한다.


무튼 섹시한 여자.역시 나이들어서도 내가 결코 잃고 싶지 않은, 놓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지금도 섹시한 사람일 것. 나이 들어서도 섹시한 여자.일 것. 내가 본, 내가 경험한 파리의 할머니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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