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오전6시다. 어김없다. 몸을 일으키기 전, 온 몸 이곳저곳을 만져가며 뼈와 살, 심장이 비팅하는 소리를 그대로 고스란히 느껴본다. 오늘 하루도 아무일 없이 무사히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몸을 일으킨다. 여느날처럼 감사함.으로 아침을 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굉장히 길어진다. 내 스스로도 시간적 여유에 안정된다. 아침6시에 일어나면 오전 8시나 9시전까지 생각보다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아침의 두 세시간은 그 어느 시간보다도 더 알차게 느껴진달까. 몰입해서 무언가를 하고나서 시계를 봤을 때 아직 9시가 채 되지 않았을 때 주는 짜릿함이 있다. 내 스스로가 굉장히 시간을 알차게, 야무지게 사용하는, 효율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날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일어나자마자 내가하는 일은, 첫째 자기 전과 했던 생각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일인데, 자기 전 했던 감사합니다.의 마음과 좋은 생각들이 밤사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기상 직후에도 감사합니다.의 마음과 좋은 생각들을 소환해 내 의식을 채운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은 늘 감사함의 마음을 잊지 않게 한다. 그러고선 아주 반듯하게 정성스레 이부자리를 갠다. 이부자리를 개는 일 역시 내겐 명상과도 같은데 아주 잠깐사이, 생각보다 이부자리를 개는 일에 집중하게 되면서 몰입의 상태가 된다.
그런 다음, 10분에서 15분 정도 명상한다. 자세를 곧게 세우고 엉덩이 뒤쪽에 쿠션을 놓아 내 척추와 허리가 곧게 일직선이 되게 꼿꼿하게 자세를 바르게 잡아준다. 그러곤 어느새 무심의 상태로 내 생각과 내 의식과 내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한다. 눈뜨자마자 감사합니다.를 말하고 이부자리를 개고 명상과 스트레칭을 통해 내 의식을 깨우는 일. 이 모든 과정이 내겐 이어진 하나의 과정이자 한 세트다.
둘째는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식탁 테이블과 책상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에 앉아 감사일기장을 편다. 날짜를 기록하고 오늘 아침의 내 기분, 오늘의 마음가짐과 태도, 내 마음, 내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쉼없이 적어내려간다. 형식이나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 그저 내 마음가는대로 부담없이 편하게 적어내려간다. 감사일기를 쓰는 일은 내 의식을 정화하는 일이자 내 의식을 깨우는 일이다. 감사일기를 쓰게 된 이후부터 내 스스로를 좀 더 편안한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충분히 감사할 줄 아는 깜찍한 마음을 갖게 됐다.
감사일기에 오늘 할 일들도 하나하나 적어내려가면서 스케쥴과 동선을 체크하면 오늘 나의 일과가 더욱 콤팩트하게 한 눈에 들어오게 된다. 시간낭비 없이 간결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세번째로 하는 일은, 나를 위한 아침상을 차리는 일이다. 아침을 꼭 챙겨먹는 편이라, 아침밥을 짓는 일은 내겐 빠질 수 없는 아침일과 중 하나다. 아침 7시 전후로 부엌에서 요리하는 나.의 모습과 풍경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요리를 위한 프렙이나 식재료를 다듬는 일도 내겐 수양처럼 느껴진다. 감자를 깎다보면 어느 순간 사특한 생각은 사라지고 진짜 감자깎는 일에만 집중하는 나를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생각하곤 하는데, "아, 지금 나는 깨어있구나."한다.
나를 위한 아침상도 그냥 차려내는 법이 없다. 작은 도자기 그릇들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예쁘게 담아내 영국 빈티지 원목 애슬린 테이블매트 위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습관처럼 나이프와 포크 젓가락을 내놓는다. 별 거 같지만 별 거 아닌 것이 이런 행위들은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내가 나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일. 대접해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의 이 세가지 행위는 일어난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마치게 되는데, 이 행위들로 내 마음은 이미 여유로워졌고 편안해졌고 안정되었고 충만해졌다. 그러면 한참 남은 하루의 시간이 내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충만해지고 감사함과 여유로 가득채워진다. 설령 사특한 생각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몰려온다한들, 이렇게 채워진 단단한 마음안에서 그들이 앉을 자리는 없어보인다.
그러곤 보통 글이 쓰고 싶은 날은, 글 한편을 의식의 흐름대로 휘뚜루 마뚜루 쓰는편인데, 글쓰기야말로 내 의식을 더욱 명료하게 해주고 내 생각과 태도와 정신을 재정비하게 하는, 날 철학적이게 하는, 날 사유하게 하는 고도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을 쓸 때 나는, 철저히 몰입의 상태가 될 때가 대부분인데,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설명할 수 없는 청량감이 있다.
글 쓸때 만큼은 나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내 안의, 내 우주안에서만큼은 유능한 철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그렇게 아침 시간에 1일1글을 하고나면 나는 마치 이미 많은 것을 해낸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작은 성취감이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내 하루가 되고 내 일상이 되고 내 삶이 된다.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을 갖는 일.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인데, 그 어떤 커피보다도, 에스프레스보다도 믹스 커피 한 잔에 나는 행복해한다. 입맛이고 취향일테다. 믹스 커피 한 잔 그리고 그 시간은 맛도 맛이지만, 내겐 오늘 하루 역시 깨어있을 거라는, 의도적인 삶을 살거라는 것, 영민한 하루를 보내겠다는 내 다짐의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통제한다는 것. 내 마인드를 컨트롤 한다는 데에 나는 큰 성취감을 느낀다. 이 모든 걸 진작, 좀 더 어린 시절에 알았더라면 지금 내 삶은 어땠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 삶은 달라졌을까.싶지만, 그보다는 이제라도 알았으니 감사한 일이라고. 분명 내겐 그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모든 것은 필연이던가. 우연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내 스스로를 소위 좀먹는, 그런 생각들로 내 안을 상처내는 일에는 단호한 사람이 되었다. 날 사랑하게 되면서, 나를 찾는 여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런 방식으로 내 스스로의 카운셀러가 돼가고 있다. 내가 내 삶의 카운셀러가 돼 가고 있다는 말은 내겐 내 삶의 주인이 됐다는 말과 같다.
나를 궁금해하니, 나.라는 사람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나를 사랑하니 나.라는 사람이 더욱 간결하게 다가온다. 그러다보니 내 마음과 꼭 같이 내 삶의 방식도, 삶의 가치관도, 삶의 태도도 간결해지고 단출해지게 됐다. 이보다 더 한 깨달음이 있을까.싶을 만큼 지금의 내 삶은 온통 깨달음과 사색과 사유할 것 투성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철학적이게 됐고 사유하는 인간이 됐다. 철학적, 사유, 깨달음, 통찰, 의식의 성장... 내 삶에서 이보다 더한 귀하고 값진 통큰 선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