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 마음을 잘 돌보는 것,
잘 다스리는 것 같으면서도
시시로 이유도 모르겠는,
실체없는 우울감. 우울한 기분에 곧잘 휩싸이곤 한다.
다행스러운 건,
이제는 이내 곧바로 잘 알아차린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짧게는 몇 분,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동안 우울한 기분이 지속될 땐,
힘들다.
우울감이 내게 찾아오면,
"지금 내 마음은 내.가 아니다."라고 굳게 상기한다.
내 마음은 내.가 아니다.라면서.
괜찮다. 괜찮아. 부드럽게 날 다독인다.
내 안의 다른 자아가 단지 날 시험하는 것 뿐이야.
그 자아가 불쑥 나타난 것 뿐이야.
그렇게 말하곤 알아차리는 나. 저 멀리서 바라보는 나.를 사수한다.
인생은 짧다.
가뜩이나 요즘 동시대 사람들의 부고 소식이 들리면,
더욱이 실감한다.
내 삶은 영원하지 않은데,
이전에는,
이전이라 함은 우울감으로 내 스스로를 부단히도 괴롭히던 그때다.
그땐 왜 그리도 과거 속에, 오지도 않은 미래 속에 날 가뒀는지.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역설적이게도 내 삶의 원동력은 메멘토 모리. 그리고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우울할 게 뭐가 있나.
화가 날 게 뭐가 있나.
짜증 날 게 뭐가 있나.
미워할 게 뭐가 있나.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너그러워지자.
둥글자.
상냥하자.
친절하자.
내 삶은 갈수록
점점 둥글어진다.
둥글게 빚어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