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눈

by miu

퇴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은 참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온전히 매 번 매 순간의 내 선택이었고 지금에 와서는 후회 없다. 다만, 가끔 내 주변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올 때면, "너 그때 회사 진짜 그만두지 말았어야 돼, 은행에 있었을 때 시집갔어야 돼, 넌 아니라고 하지만 타이틀이 중요한 거 맞아. 에휴 그때 너 내 말 들었어야 해..."와 같은 안타까움인지 모르겠는 듯한 소리를 들을 때면 그리 불편할 수가 없다.


삼십 중반의 나이, 하지만 확실한 건 난 독신주의자도 아니며 결혼은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할테다.생각하는 사람인데, 마치 내가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둬서 그런 외부적인 요소들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사실 여간 못 미덥다.


안정적인 직장을 지금까지 다녔다면 연차에 따른 연봉은 꽤 높아졌겠고 꽤 괜찮은 복지에 지금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는 장만 했겠고, 결혼도 했겠고... 등등 뭐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선택함으로써 잃은 만큼 얻는 것도 많았기에 괜찮다. 창창했던 서른, 이리저리 하고 싶은 걸 찾아 떠나보기도 했고 세상을 돌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며 친구가 됐고 삶을 느꼈고 인생을 배웠다.


경제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풍족했을지는 모르나, 젊고 에너지 충만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던 그 호기롭던 그 당시의 나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 확신한다.


전망 좋은 고층뷰, 광화문 사거리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쾌적한 오피스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딸깍 거리며 커피 한 잔 하는 여유까지.갖는 커리어우먼적 감성과 월급을 난, 캐주얼한 옷과 백팩을 멘 자유분방한 외국 언니 같은 모습과 감성으로 그리고 들쭉날쭉한 수입과 맞바꾼 셈인데, 언제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도 쉼 없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경험의 보따리들이 지금도 무궁무진한 걸 보면 결코 지난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님이 증명되는 듯하다.


나도 그랬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요술을 부리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나.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결혼이 점차 뒤로 밀려난 것뿐이다.


예전에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갈 때면 도사들은 하나같이 삼십 대 후반이 돼서야 결혼 연이 나타난다고 했다. 결혼을 늦게 해야 좋다고 했는데 믿거나 말거나 아직까지 싱글인 걸 보면 결혼을 늦게 해야 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이가 돼보니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오버랩되고 되돌아보면서 깊이 깨닫고 느끼는 것도 많아서인지 지금은 사람 관계는 물론 인생 지혜도 나름 차곡 쌓인 느낌이다.


현재 이 시점에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는 개인적으로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똑같은 나이겠지만, 결국 그때마다 내 삶을 결정했던 건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과 시선, 생각이었다.


지금은 많이 마음이 가라앉았고 차분해졌으며 생각이 깊게 그리고 많이 정리되었고 나에 대해 조금은 정확히 알게 되었으며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사람 한 명 한 명 그 모두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았다. 고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더욱 상냥해졌으며 따뜻해졌으며 이해의 폭도 넓어졌으며 삶의 통찰력도 얻었다. 포용도 한 껏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은 결코 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삶의 의미와 방향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에 크게 결정된다는 걸 깨달았으며 나 역시도 그리 거창할 것 없으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한 개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 깨달음을 통해 난 나 자신을 오롯이 인정하게 되었으며 때로는 못나고 초라한 나도 나이며, 때로는 야무지고 멋진 모습의 나도 나라는 걸, 겸허히 수용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요즘같이 가을 특유의 바람의 냄새와 그 기운과 에너지를 온몸으로 맞이하자면, 그래,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운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곱씹는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시선을,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조금은 달리 해보면 모든 순간순간이 내 삶의 교과서가 되고 흔적임을 알게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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