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해외 드라마나 영화는 잘 보지 않았다.
간혹 해외 영화는 보긴 했지만 해외 드라마를 보는 건 정말 드물었다. 그리고 중국 드라마는 더더욱 나와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중국드라마 '투투장부주' 예고편을 보고 홀린 듯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내용은 여주인공인 '쌍즈'가 중학생 때 처음 만난 친오빠 친구인 '돤자쉬'를 좋아하게 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가 ‘쌍즈' 가 대학생이 되면서 '돤자쉬' 와 사귀게 되고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그런 이야기다.
이렇게만 보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성장, 사랑으로 인해 치유되는 상처,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마음, 그리고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다 들어있는 깊고 풍성한 드라마다.
고등학생인 '쌍즈'가 짝사랑하는 오빠에 대한 마음이 정말 순수하고 이쁘다.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성인이 돼서 하는 사랑과 학창 시절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색깔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좀 더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모습 그대로 다른 이유 없이 그저 좋아하는 마음. 작은 것에도 애타고, 기쁘고, 행복하고, 때로는 슬픈 이런 감정이 숨김없이 다 드러난다. 그 모습이 참 순수하고 이뻤다.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며 좀 유치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오히려 유치해서 더 순수하고 이뻤다. 이게 중국드라마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만 보며 한국 정서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기존의 내 관념과 정서와는 다른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꼈다.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중국 드라마의 확실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났다. 비슷한 일상에 비슷한 감정만 느끼며 살던 나에게 드라마는 설렘의 감정을 일으키고, 생각의 전환도 시켜줬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 내 하루가 조금 더 풍성해진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오랜만에 이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내 일상에 알록달록한 색이 칠해지는 느낌이었다.
드라마 주인공인 '쌍즈' 와 '돤자쉬' 는 꼭 운명의 끈으로 연결 돼 있는 것처럼, 계속 만나게 되고 어떤 필요한 순간에 서로가 등장한다. 여느 로맨스 드라마가 다 그렇지만, 인연인 사람은 운명의 끈이 계속 엮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드라마 내레이션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나는 나 혼자 오빠를 향해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빠도 나에게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돤자쉬를 먼저 좋아한 쌍즈는 자기 혼자 오랫동안 오빠를 짝사랑하고, 자기만 오빠에게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둘이 연인으로 발전하고 난 후, 쌍즈는 오빠도 자기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두 사람이 만나 연인으로 이루어지는 건, 절대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는 안된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야 한다. 한 사람만의 일방적인 마음으로 인연으로 발전했다 해도 깊고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것을 기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이 기적이 '쌍즈' 와 '돤자쉬' 에게도 일어났고, 그 기적은 이 둘을 더 강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둘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여러 장애물들이 있었고 둘의 사랑은 부모의 반대라는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으로 이 모든 과정을 다 이겨낸다.
그리고 어둠의 터널을 함께 지나가며 이들은 더 강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 더 드러났다. 이 둘의 사랑이 얼마나 강하고 밝은지.
사랑은 어떤 어둠도 밝게 비추는 한줄기 빛이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둠에서 빠져나오면 온통 햇살로 가득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그리고 또 살다 보면 또다시 어둠뿐인 세상도 만나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어둠속에서도 반드시 한줄기 빛을 발견할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 내 남편인 오빠와 내가 처음 만났던 대학생 때가 생각이 났다. 우리도 대학생 시절부터 오빠 동생으로 알고 지내다가 대학 졸업 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연인이 되었다.
나와 남편도 오빠 동생으로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몸이 멀어져 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는 끊어지지 않는 어떤 끈이 연결 돼 있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이에 끊어지지 않던 '끈'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었다는 걸.
'투투장부주'는 처음엔 단순한 로맨스, 학원물, 성장물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내용이 깊어지고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넘어 두 주인공의 성장, 사랑으로 치유되는 아픔, 사랑이 가진 크고 따뜻한 힘, 상대를 소유하려는 사랑이 아니라 내 품을 더 넓혀 상대가 살아온 삶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마음, 이 다정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두 주인공들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보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다. 이 둘이 너무 이뻐서.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마음이 허기지지 않고 가득 채워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이쁘게 잘 그려낸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내 일상에 새로운 큰 활력소가 되었다.
이 드라마로 인해 일상이 좀 더 즐겁고 행복했다.
좋은 드라마는 내 삶을 좀 더 윤택하고 풍성하게 한다.
드라마를 통해 평소에 내가 잘 감각하지 못했던 감각들이 건드려지고, 새로운 감정이 살아났다.
이게 드라마가 가진 정말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를 말하자면, 이 드라마의 남주인 '진철원'이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다. 이것도 드라마를 즐기며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ㅎㅎㅎㅎㅎ
여주인공인 '조로사'도 너무 이쁘고 매력 있다.
외적으로도 너무 매력적이고 멋진 이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너무 이쁘게 만들어내니 드라마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주인공인 '돤자쉬'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다 갖췄다. 그리고 여주인공 '쌍즈'는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이 두 인물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설렜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 안에 소녀감성이 살아나고, 설렘을 느끼는 게 너무 좋았다. 나이가 들어도 설렘의 감각을 잃지 않고 작은 것에 감동받고 좋아하고, 기뻐하는 마음의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 드라마가 내 설렘의 감각을 한껏 살려 주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중국드라마에 마음을 활짝 열었다.
이전에는 내 마음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하나 열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나서 정말 좋다.
나는 심각하고 심오하고 무거운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보다, 좀 유치해도 가볍고 단순하고 웃음과 따스함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래서 몽글몽글한 첫사랑 이야기는 항상 좋아하는 것 같다.
보고나서 마음이 왠지 무겁고 불편함이 남는 드라마보다는 편안하고 즐겁고 힐링 되는 드라마가 좋다. 그래서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하이틴 드라마나 학원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동안 '투투장부주' 후유증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
드라마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어딘가에서 여전히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며 다정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이쁘고 따뜻한 드라마를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