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회사에서 잠깐 시간이 났을 때 아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지를 찾아보다가 귀여운 그림 도안을 발견해 출력해 왔다.
그날 집에 가서 수지에게 “엄마가 색칠하기 들고 왔어, 짜잔!” 하고 보여주니 수지는 눈을 반짝이며 “우와!” 하고 좋아했다.
그림 도안을 본 수지는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건데!” 라며 활짝 웃었다. 그렇게 좋아해 주니 괜히 뿌듯하고 흐뭇해졌다.
“수지야, 엄마 잘 가져왔지?” 하며 괜히 생색을 냈더니, 수지는 엄마가 잘 가져왔다며 나를 칭찬해 주었다. 아이의 그 칭찬이 왜 그렇게 듣기 좋은지, 그날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씻고 잘 준비를 모두 마친 뒤,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 색칠하기를 하기로 했다. 수지는 나에게도 같이 하자며 도안 하나를 골라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앉아 색칠을 시작했다.
그림을 색칠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집중하게 되었고, 하나하나 신경 써서 색을 채우고 있었다. 귀여운 그림에 알록달록한 색감이 더해지니 생동감이 넘쳤고, 그림은 더 사랑스러워졌다. 색칠에 몰두하다 보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수지를 위해 가져온 그림 도안이었는데, 나 역시 좋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수지와 함께하는 활동은 늘 정서의 안정과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아이와 함께하는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만들기, 오리기, 색종이 접기, 인형놀이, 역할극 같은 놀이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되고, 나 역시 좋은 영향을 받는다.
이번 색칠 놀이를 하면서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랑 같이 하는 활동이 참 좋구나.’
내가 그림 한 장을 다 완성했을 때까지도 수지는 아직 절반 정도밖에 색칠하지 못했다. 색연필을 아주 세게 쥐고, 하얀 종이가 전혀 보이지 않게 꼼꼼하게 색을 채우고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지는 색연필을 세게 잡고 하네?” 하고 말하자, 수지는 “나는 찐하게 색칠할 거야. 꼼꼼하게.”라고 말하며 입을 꼭 다물고 한껏 집중한 표정으로 색칠을 이어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옆에서 바라보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정성 들여 완성한 수지의 그림을 보고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색감 조합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림이 꼭 수지처럼 귀여웠다.
나는 수지의 그림이 너무 귀엽다며, 정말 열심히 색칠했다며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칭찬을 받은 수지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때 야간근무를 앞두고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우리의 소리에 깨서 거실로 나왔다. 수지는 아빠에게도 그림 도안을 건네며 같이 색칠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저녁에 모여 함께 색칠을 하며 작은 행복을 나눴다.
아이와 이런 순간들을 보낼 때마다 ‘이게 바로 행복이지.’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남편은 종종 말한다.
“수지가 없었으면 아빠는 핸드폰 보고, 엄마는 책 읽으면서 따로 있었을 텐데. 수지가 있어서 참 좋아.”
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우리 둘만 있어도 대화를 나누고 함께할 일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갔겠지만, 분명한 건 아이가 있어서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무언가를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이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크게 웃고, 함께 웃고 대화하고 장난치는 이 소소한 시간들이 매일 큰 선물처럼 쌓여 간다.
“수지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라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더 자주 든다.
아이에게서 오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아이를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주며 살아가는 이런 날들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