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사이를 걷는 시간
요즘 어딜 가나 벚꽃으로 화사하다.
벚꽃 덕분에 모든 곳이 환하게 빛난다.
벚꽃나무 사이를 걸으면, 마치 내가 그 순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양옆에서 벚꽃이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는 것만 같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좋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화사한 봄은 짧다.
사계절 중에서도 봄이 가장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아쉽고, 더 소중하다.
벚꽃도 금세 꽃잎을 떨군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 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우리 집 앞에도 벚꽃나무가 가득하다.
마치 작은 벚꽃 정원 같다.
그래서 요즘은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굳이 벚꽃 축제에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 집 앞, 우리 동네가 매일 벚꽃잔치를 열고 있는 것 같다.
벚꽃이 만개한 요즘, 아침마다 아이와 등원하며 집을 나서면 “벚꽃이 너무 예쁘다”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된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벚꽃나무 아래에 서 있는 수지를 보면 수지도 한 송이 꽃이 된 것 같다. 내 마음속 ‘인간 벚꽃’ 수지는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고 환하게 피어 있다.
수지와 함께 꽃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함께 화사해진다.
벚꽃 덕분에 예쁜 말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예쁜 풍경을 보고, 예쁜 마음을 느끼고, 예쁜 말을 건네게 되는 이 봄이 참 좋다.
봄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걷다가 멈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참 바라보게 된다.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카메라에 그 순간을 담아보기도 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내가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있는 사이, 어느새 내 옆에는 미소를 가득 머금은 할머니가 벚꽃나무를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몇 걸음 더 걷다 보니, 아기띠에 아이를 안은 엄마가 환한 얼굴로 벚꽃을 담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이 내 마음에도 조용히 번져온다.
이렇게 은은하게 퍼지는 행복이 좋다. 같은 풍경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왠지 더 기분 좋게 만든다.
봄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급하지 않다.
걷다가 멈추고, 다시 걷다가 또 멈춘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찬찬히 바라본다.
느려진 걸음 속에는 행복이 들어올 마음의 틈이 생긴다.
그 틈으로 봄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조용히 스며든다.
참 좋다.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봄,
걷기만 해도 행복이 스며드는 계절.
이 봄을 온전히 만끽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내 마음과 모든 감각을 활짝 열어 이 계절을 깊이 들이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