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후 더 넓어진 행복의 영역
어제 오전엔 아이 병원에 갔다. 물놀이 다녀오고 난 후 기침을 조금 하길래, 혹시 감기 초기인가 싶어서 얼른 병원 똑닥 접수를 했다.
그리고 대기 순번 확인하면서 집에서 수지랑 놀며 기다리는데, 그동안 계속 놀이터에 나가고 밖으로만 나가서 놀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수지랑 놀다 보니 이것도 즐거웠다.
집에서도 계속 놀거리를 찾고, 한 가지 놀이하고 나면, 바로 이어서 "음 이제 뭐 하고 놀지?" 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또 다른 놀이를 찾아서 노는 수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4살 수지는 매 순간 즐겁게 놀며 하루를 채운다. 놀이처럼 즐기는 매일의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에 나도 같이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지가 거의 마지막 순서여서 병원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진료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쳤는지 어른도 아이들도 다들 조용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수지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노래를 부르며 달래는 듯했다. 이제 아는 노래가 많은 수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르는데 그 귀여운 목소리가 병원을 가득 채웠다.
아이가 부르는 동요 소리에 기다림이 즐거움이 되었다. 귀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즐겁게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수지는 진료를 무사히 받았고, 다행히 목이 붓지도 않았고, 중이염도 없고, 괜찮은 상태였고 코안만 살짝 부어서 간단한 약만 처방받았다.
진료를 잘 받고 나와서, 오후엔 수지와 친정으로 갔다. 남편은 오늘 낮 근무였고 나랑 수지 둘만 보내는 날이었는데, 수지 외할아버지가 수지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친정에 갔다.
할아버지는 수지와 오후 내내 잘 놀아주셨다. 어쩜 이렇게 다정하게 잘 놀아주실까 싶을 정도로, 손녀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며 열심히 몸으로 놀아주는 할아버지다.
덕분에 나는 엄마랑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할아버지와 즐겁게 놀고 있는 수지를 보며 큰 행복을 느꼈다.
수지가 나의 부모님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행복이 더 커진다. 아이를 사랑하고 이뻐하는 그 마음이 눈빛과 행동과 말에서 다 드러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사랑이 넘치는 내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이전엔 몰랐던 영역의 큰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 또 큰 행복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내 부모님의 딸로만 살다가, 내가 수지의 엄마가 되고 나서 우리 부모님을 볼 때, 내 마음에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더 깊고 넓어진 것 같다.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수지를 보며 다들 행복해하시니, 그 모습을 보는 내 행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내 아이로 인해 부모님도 행복해하시니 이 행복한 세상에 있는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수지는 "할아버지 이리 와봐, 이거 해봐" 하며 할아버지를 데리고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집 베란다 양동이에 물을 받아 그 물을 바가지로 퍼보기도 하고 손으로 물을 만지고 넣어보고, 세수도 해보고 튕겨보기도 하며 한참 물놀이를 하는 수지.
그 옆에서 할아버지가 아이를 계속 챙겨주고 살펴주시고, 옷이 물에 젖으니, 젖은 옷을 선풍기 바람으로 다 말려주시고, 젖은 아이의 발과 신발을 하나하나 닦아주시고, 정말 정성스럽게 아이를 챙기시며 놀아주신다. 감사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수지가 짜장면을 참 잘 먹는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 말에 친정엄마가 바로 저녁은 짜장면 시켜 먹자고 하셨다. 그래서 온 가족이 오랜만에 짜장면을 같이 먹었다. 같이 한 상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다들 맛있게, 즐겁게 잘 먹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겁게 식사하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같이 있는 내내 웃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를 낳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낀다. 나의 든든한 울타리이고, 내 삶의 바탕이 단단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존재들. 사랑하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