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가 행복하고 소중한 엄마와의 여행.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를 모시고 우리 자매와 모녀여행을 왔다. 이 날을 잡고 숙소 예약을 하고 오늘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다 같이 가족여행 가본 게 예전에 제주도에 한번 가보고, 순천에 당일로 한번 가보고, 잠시 어디 놀러 다녀오거나 외식하러 가끔 나가긴 해도, 여행을 가본 적이 잘 없다.
삼 남매 키우느라, 지금까지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계신 아빠. 거의 쉬는 날도 거의 없이 늘 일을 하시다 보니 우리 부모님은 여행 갈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사셨다.
그러다 이번에 거제로 모녀여행을 가보기로 정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아빠는 일 때문에 지금은 못 가셨지만, 하반기에 꼭 시간 내서 같이 가기로 하고 이번엔 여자들만 여행을 왔다.
우리 엄마는 스스로 어디 놀러 다니시지도 않고, 볼일이 있을 때만 밖에 나가고 항상 집에 계신다. 집에 있는 걸 편안해하시고, 집에서도 이것저것 하느라 늘 바쁘시다.
밖에 나가면 너무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해서 다녀오시면 항상 피곤해하신다. 이런 성향의 엄마지만, 딸들과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니 그 말이 나온 순간부터 너무 좋다며 행복해하셨다.
내가 숙소 예약하고, 우리가 묵을 리조트 사진도 보여주고, 내가 짠 일정도 보여주고 여행 계획 중간보고를 해줄 때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다.
여행 갈 때 들고 갈 거라며 새로 산 가방이라고 보여주시며 좋아하시는 엄마,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어하시고, 하루하루 지나는 날을 세어가며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니 꼭 어린아이가 소풍날을 기다리는 것 같은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동안 이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여행 갈 생각에 행복해하시는 엄마 모습에 여러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내 마음이 벅차게 행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디데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엄마와 동생을 만났다. 이곳에서 엄마를 보니, 기분이 더 새롭고 우리 정말 여행 가는구나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터미널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평일에 온 여행이고, 나는 내일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해서, 긴 시간 있지는 못하고 내일 오전에 버스타고 다시 와야하지만 있는 시간 동안 정말 행복하고 알차게 잘 있다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이번 여행은 어디 많이 구경하고 돌아다니기보단, 엄마가 집안일에서 벗어나고, 엄마로 살아온 오랜 일상에서 벗어나 그냥 엄마 자기 자신으로 여행을 즐기고 쉬었다 가면 좋겠단 마음에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았다.
나도 엄마가 되고보니, 가끔 여행을 가면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좋았다. 집안일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게 많았나보다. 여행을 가면 집안일에서 해방 된 느낌이 너무 가볍고 좋은걸 보니.
몇십년을 아내로, 엄마의 역할로 충실히 살아온 엄마에게도 이런 해방감을 주고 싶었다. 집안일을 해도 대충 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시는 엄마, 남편을 위하고 자녀들을 위한 일을 늘 충실히 해주신 엄마.
항상 정성과 노력으로 해주신 엄마와 아내역할을 잠시 내려두고, 여행을 하는 순간만큼은 딸들에게 대접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모든 순간을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리조트에 가기 전에 맹종죽테마공원이라는 곳을 들렀다. 대나무숲 산책길인데, 죽림욕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거제 왔는데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아무데도 안가보기는 조금 서운할 것 같아 숙소 가는 길에 있는 곳에 있는 이곳을 구경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터미널에서 공원으로 올 때 운좋게 좋은 택시기사님을 만나서, 우리가 이 공원을 다 돌고 오는 동안 기다려주시고 숙소까지도 운행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테마공원이 택시 잡기가 어려운 곳이라, 콜택시를 불러도 한참 걸릴거라고 하셨는데, 가보니 정말 택시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평일에 와서인지 사람이 아무도 없어 조용하고, 높고 울창한 대나무숲 사이를 걷는데 그 자체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무에서 나는 그 특유의 좋은 향이 코를 스치고, 눈에 보이는건 온통 초록초록한 나무들이었다. 그리고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새소리, 공원에서 틀어준 잔잔한 음악이 더해지니, 마음이 정화되고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우리 모녀는 도란도란 즐겁게 얘기하며, 가다가 사진도 찍고, 풍경도 감상하고, 귀여운 동물 모형들이 나올때는 마음껏 귀여워하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고요함과 평안함을 가득 담은 모습에 황홀해서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정말 1분1초가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엄마와 여동생,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있을 수 있는게 꿈같았다.
그렇게 공원 산책을 만족스럽게 잘하고, 우리를 기다려준 택시를 타고 리조트로 향했다. 내가 기사님께 “리조트에서 아침에 택시 부르면 잘 잡히나요?” 라고 물어봤는데, 기사님이 본인이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차가 없는 우리 뚜벅이모녀는 차 걱정이 없어졌다. 정말 운이 좋았다. 택시를 잡는데도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데, 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기사님이 우리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리조트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우리는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왔는데 직원이 방 키를 주면서 “저희가 무료로 방을 업그레이드 해드렸습니다. 16층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렇게 또 큰 행운이 오다니!
이번 모녀여행에 계속 행운이 따라다니는것 같았다. 그래서 직원분께 “감사합니다!” 하고 기쁘게 인사를 하고, 날 기다리고 있던 엄마와 여동생에게 가서 이 소식을 전하며 같이 기쁨을 나누었다. 정말 행복했다.
처음에 예약한 스위트룸도 나쁘지 않은 방인데, 더 업그레이드 된 방에 와보니, 감탄이 나왔다.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봤다. 무료로 방을 업그레이드 해주셔서 가장 좋은 방에 왔다. 이건 정말 복권 당첨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온 모녀여행에서, 우리 엄마 좋은것 많이 누리게 해주려고 하늘이 길을 열어주는 것만 같았다.
방에 들어온 순간, “우와~ 너무 좋다~” 하고 감탄을 하며, 이방 저방 구경했다. 그리고 테라스에 나갔는데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하늘과 바다, 산, 이 모든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니 이것만 봐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넘치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와 테라스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엄마가 “여행을 와보니, 왜 여행을 가는지 알겠다. 너무 좋다” 라고 하시며 웃으시는데, 아 뭔가 마음이 울컥했다.
엄마가 많이 힘들고 고생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사는게 쉽지만 않았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그 어렵고 힘든 시기 하나하나 넘기고 나니, 이런 날이 왔다. 딸들이 엄마 모시고 여행 와서, 좋은 리조트에, 좋은 방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여행와서 좋다라고 말하는 이 날이.
그래서 내가 “그래, 엄마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네~” 하니까 엄마가 “그러네, 집에서는 집안일 하느라 많이 바빴는데, 이렇게 벗어나니 쉴 수 있네” 하시며, 행복한 표정으로 풍경을 바라보시던 엄마. 테라스에서 엄마와 나눈 대화들이 오래도록 생각 날 것 같다.
앞으로 꼭 매년 엄마와 여행을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시간, 정말 나를 만나는 시간, 여행을 와야만 느끼고 볼 수 있는 마음들,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렇게 방에서 잘 쉬고, 저녁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갔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니 딸 두명이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음식을 가져오고 세팅을 한다. 엄마가 우리를 보며 딸들이랑 오니까 너무 좋다, 이런것도 다 해주고 라고 하셨다.
집에 있는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 항상 아빠의 아침을 챙기고, 아빠 도시락을 챙겨주시고, 아직 본가에 같이 살고 있는 내 여동생을 위해 늘 밥을 챙겨주시고, 남동생이나 내가 집에 가는 날은 특식을 준비해주시고, 가족들의 매끼를 챙기는건 엄마의 평생 임무같았다.
내가 내 아기를 낳고나서, 아이의 식사를 매 끼 챙기는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끼는데, 가족의 식사를 매 끼 챙기는 엄마는 37년을 한번도 빼놓지 않고 해오셨다. 대단하다는 말만 나온다.
그런데 여행와서 딸들이 엄마를 다 챙겨주니, 엄마가 너무 행복해하시고 좋아하신다. 우리가 있어 든든해하시는게 느껴진다. 여행을 하는 시간 내내,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좋다는 말을 동생과 자주 했다.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는게 정말 행복하다.
좋은것 다 누리게 해드리고 싶다.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몸과 마음 다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받은 만큼 다 돌려드리기엔 평생을 해도 부족하지만,이런 순간들을 자주 만들고,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자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녀는 저녁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먹고, 몽돌해변 산책하며 힐링하고, 방으로 돌아와 아주 편안하게 잘 쉬었다.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쉽다. 도착한 순간부터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행복함과 동시에 이 시간이 지난다는게 아쉬운 마음도 같이 들었다.
행복한 우리 모녀의 잊을 수 없는 이 여행이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 언젠가 무언가에 지치고 힘든날이 오더라도 이때를 기억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지금 곤히 잠이 드셨다. 반신욕도 하시고, 티비보며 하하호호 웃으시다가, 넓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자야지~” 하시며 잠드셨다. 잘자요 우리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