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에게서 받은 믿음과 사랑을 내 아이에게 물려줍니다.
우리 엄마는 우리 남매에게 단 한 번도 불안을 투영한 적이 없다. 엄마가 우리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항상 우리를 믿고 있다는 그 믿음이 우리 안에 있었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빠는 일을 하시느라, 아빠와 어릴 때 대화를 많이 하거나, 길게 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빠도 우리를 항상 묵묵히 지지하고 믿어주셨다.
이런 마음은 자연스레, 우리 마음에 심겨 있었다. 학창 시절에 시험기간에도 부모님에게서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시험공부나 시험결과에 대해서도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3남매는 알아서 공부하고 과제하고 시험 치고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그렇다고 성적이 바닥이었던 것도 아니고, 나름 괜찮은 정도로 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친구를 만나거나 어디 여행을 가거나, 성인이 돼서 밤늦게 들어와도 그것에 대해서 아무 터치 하지 않으셨다. 다만, 우리가 늦으면 늦는다, 친구 만나고 온다, 멀리 가게 되면 어디 여행 간다 하고 목적지는 항상 말했다. 무엇을 하고 온다고. 이렇게 말을 하면 그에 대해서 더 세세하게 부모님이 물어보시지 않았다, 어디 간다, 누구 만난다 하면 ‘아 그래’ 하고 끝이었다.
그 애를 왜 만나냐, 거기는 왜 가냐 이런 것도 묻지 않으셨다. 우리가 말하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시고 다른 말하지 않으셨다.
이러다 보니 부모님께 뭐 숨길 것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었다.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시니,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고, 또 우리도 나가서 사고를 치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도 않으셨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우리를 방치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사사건건 간섭하신 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자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 그렇게 대하셨던 것 같다. 자녀들이 어릴 때야 손이 많이 가고, 챙겨야 할 게 많지만, 내 기억에 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내가 하는 것에 터치를 잘 안 하신 것 같다.
심한 간섭이나 과한 구속 없이 내가 흘러가는 그대로 지켜보신 것 같다.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 보니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항상 같은 마음과 태도로 대하며, 방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구속도 아닌 그 적정선을 지키는것이 절대 쉬운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아이에게 아예 관심을 안두고 너 알아서 다 해라 하면 그것도 약간 위험하고, 사사건건 하나하나 간섭해도 독이 된다. 그런데 ‘난 너를 믿고, 항상 너를 지지해, 너의 길은 너가 선택하고 알아서 가도록해, 엄마는 옆에서 응원하고 바라봐줄게’ 하는 이런 마음을 자녀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서로에 대한 강한 믿음과 유대가 있어야 한다. 부모와 자녀라고 해도 일단은 각각의 존재다. 끊을 수 없는 고리로 연결돼있지만, 그래도 엄마는 엄마, 아이는 아이, 각자의 인생을 사는 고유한 존재다. 이 존재도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 선을 넘지 않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해주신것 같다. 심한 구속도 하지 않으셨지만, 과하게 사랑 표현도 많이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분명한건, 두분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셨고 우리 남매를 믿어주셨다는 것이다.
자녀를 돌보고 챙기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일찍 등교하는 우리들의 아침밥을 한번도 거른적이 없고, 준비물, 도시락, 학비 등 여러가지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단 한번도 빠뜨리지 않으시고 다 챙겨주셨다. 초등학생때는 늘 알림장을 확인하시고 필요한 준비물을 사전에 다 챙겨서 준비물 없이 학교에 간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어릴적 준비물을 사러 자주 갔던 문방구 사장님이 우리 엄마에게 어머니처럼 이렇게 다 챙기는 부모님은 정말 드물다며 대단하다고 하신적도 있다. 우리는 이게 당연한게 아닌가 하고 여겼는데,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부모가 자녀에 대해 모르는게 없고, 학교에 올라오는 공지도 학부모가 쉽게 볼 수있고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바로 연락을 해주기도 하니, 뭔가 중요한걸 놓칠일은 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90년대는 그렇지 않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 가지지 않고 알림장을 확인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많았다. 어린 아이는 준비물은 잊어버리고 그저 놀기만 할 수도 있는데, 우리 엄마는 늘 꼼꼼히 챙겨주셨다.
아빠는 60중반이 되신 지금까지도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신다. 늘 우리 가정을 위해 쉬지않고 꾸준히 열심히, 묵묵히 일해오신 아빠. 아빠는 아빠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셨다.
그리고 엄마도 우리 가정을 위해 매일 부지런히 살아오신 삶을 같이 살며 거의 30년을 지켜보았다. 한번도 게으른 모습을 본적이 없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해야할 일을 자기의 사명처럼 여기시며 열심히 해오셨다. 분명히 싫고, 귀찮고, 놔버리고 싶을때도 많았을텐데 본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책임감을 가지고 가정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우리집은 넓은집도 좋은집도 아니었고, 나는 결혼하기전까지 나만의 방을 가진적 없이 늘 내 여동생과 둘이 같이 방을 썼는데, 한번도 불평스러웠던적이 없다. 작은집이지만,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이고, 늘 엄마가 집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두셔서 물건은 많은데 집이 어질러진 느낌이 아니라 정돈된 느낌이었다.
엄마가 있는 자리는 항상 깔끔했다. 지금도 친정집에 가면 부엌이 깔끔하다.물건이 얼마 없어서 깔끔하기는 쉬우나, 물건이 많은데도 깔끔한 것은 그 곳에 있는 사람의 노력과 근성과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내 동생의 친구들은 우리 부모님이 자기네 부모님들과 다르다고 우리 가정을 보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물론 각 사람들이 다 다르듯, 어떤 부모가 좋고 나쁘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를뿐이다.
내 친구들 중에, 간섭이 심한 부모님 밑에 있던 애들은 우리 부모님을 신기하게 보기도 하고 나를 부러워 하기도 했다.
내가 자녀를 낳고 내 가정을 가지고보니,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얼마나 정성으로 키우시고, 가정을 충실히 돌보셨는지 보여진다. 우리 부모님도 여느 부모님들처럼 싸우기도 하셨고, 부부로 살면서 있을수밖에 없는 트러블이나 다툼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있을지라도 우리 자녀들의 일상에 피해가 가게 하거나, 가정을 깨뜨리는 최악까진(?) 가지 않았다. 인내와 희생과, 노력과 정성으로 삶을 살아오셨다. 가정을 지키기위해 노력하셨고, 자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
우리 부모님의 자녀인 나는, 우리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어떤 부족함없이 완전한 나의 부모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과 정성과 믿음으로 우리를 키우셨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에게 자주 말한다. 너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정말 너희는 알아서 잘 해줬고 잘 커줘서 항상 고맙다고. 어딜가도 내 자녀들로 꿀리는 일은 없다고. 자랑스럽다고. 이렇게 자주 말하신다.
말은 우리가 알아서 잘 컸다 하시지만, 부모의 보호 아래 자라는 자녀가 어찌 부모의 영향없이 잘 자라겠는가. 부모님이 밭을 일구고 거름을 주시고 정성으로 키우셨기 때문에 부모님이 주신 양분으로 인해 우리가 건강하게, 밝게 잘 자랐다.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정말 이쁘고 엄마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런 나를 보며, 나는 어릴때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좋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는 나와는 달리 표현을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다. 조용하신 편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그런 분이다. 조용하지만, 자기의 할일을 묵묵히 잘해내시는 분이다. 그래서 엄마가 있다간 자리는 티가 난다. 존재감이 확실한 분이다.
이런 우리 엄마는 지금 내가 수지에게 하는 것처럼 사랑해 사랑해, 너무 이뻐 이런 표현은 잘 안하셨지만, 엄마의 단단한 마음이 우리 자녀들을 지켜주고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항상 일관된 모습으로 우리를 대해주신 엄마의 모습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다. 엄마는 어떤 것에도 크게 요동하는 분이 아니셨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엄마에 비해 감성적이신데, 아빠의 귀여운 감성을 아무래도 내가 닮은것 같다. 카톡을 잘 하시는 수지 할아버지, 60대 중반 우리 아빠는 지금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감성으로 이모티콘과 함께 하트하트를 날리신다.
우리 삼남매를 아빠 혼자 열심히 일하시며 우리를 대학까지 다 보내셨다. 지금도 새벽부터 일을 가신다. 이제 쉬셔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 힘닿는데까지는 하실 모양이다. 이렇게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아빠에게서 일하러 가는 것에 대해 불평하시는것을 들어본적이 없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봐왔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우리 삼남매가 끈끈한 남매애를 가지고 잘 자랐다. 우리 삼남매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사이가 좋고, 지금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건 믿음인 것 같다. 부모가 자녀를 불안한 눈으로 보지 않고, 늘 믿음의 눈으로 바라봐주시니, 자연스레 우리 마음에도 부모님이 나를 믿고 있다는 마음이 심겨지고, 자녀 또한 부모에게 믿음을 가지게 된다.
나도 부모가 된 지금, 내 아이를 항상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다. 내 아이가 무엇을 하든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믿어주고, 아이의 삶을 하나하나 코치하며 대신 살아주는 부모가 아니라, 내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삶을 잘 살아나갈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싶다.
나도 우리 부모님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