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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Oct 28. 2024

점심시간에 서점에 가는 이유

소소하지만 날 확실하게 행복하게 하는 것  

요즘 나의 새로운 소확행이 하나 더 생겼다.

'점심시간에 서점에서 책 읽는 것'이다.


회사 근처에 진주문고라는 서점이 하나 있다.

책과 함께 문구류와 이것저것 잡화도 파는 꽤 규모가 있는 서점이다. 그리고 이 서점에는 햇살 잘 드는 창가 앞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마련돼 있다.


진주문고는 예전부터 종종 갔던 곳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그전에는 거기서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점심시간에 서점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음료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진주문고에 들러서 잠시 구경을 했는데, 그때 창가에 있는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 햇살을 흠뻑 받고 있는 책상은 이 서점의 주인공인 것처럼,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여기 와서 앉아봐. 책 읽고 갈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강하게 끌렸다.


그래서 주문한 음료를 받고 다시 서점으로 서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블라인드를 내리고 책상에만 살짝 햇빛이 비취게 만들었다. 그리고 햇살조명이 들어오는 자리에 책을 펼쳐서 읽었다.


점심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책을 다 읽을 순 없었고 목차를 보고 끌리는 제목의 페이지를 펼쳐서 읽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책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책에 완전히 빠져서 공감되는 글이나 마음에 와닿는 글을 읽으면 미소 지으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구나. 이 순간을 정말 좋아하고 있구나'


그렇게 읽다 보니 어느새 회사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읽은 책의 글귀는 내 마음을 오래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점에서 책을 읽는 건 도서관이나, 사무실 내 자리, 집에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책 내용이 좋다면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읽어도 좋다.


그러나 책을 읽기에 좋은 분위기, 또는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속에서 읽으면 책을 읽는 동안 책의 저자와 단둘이 더 가까이 있는듯한 느낌, 책의 내용이 내 마음에 편안하게 그대로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 날 더 기분 좋게 한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책을 읽는 것은 좋은 향이 나는 포근한 이불속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의 행복을 조금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서점에서 책을 읽는 기분이 그랬다.

참 행복했고, 내 마음의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점심시간에 종종 서점에 와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시간을 확실히 좋아하고, 이 시간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다음날에는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 한 권을 들고 서점에 갔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 읽어 내려갔다.


서점에서 나오는 잔잔한 음악과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조용한 발소리를 들으며, 내가 읽고 있는 책에 집중하며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에 감각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런 시간이 소소한 것 같지만, 이 소소함이 나에게 주는 행복은 가을 햇살만큼이나 눈부시고 강렬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푹 빠져서 읽었다.

물론 회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은 중간중간 체크 하면서.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이 조금 더 든든해져 있었다. 감성은 조금 더 풍부해졌고, 마음은 허기짐 없이 적당히 배부른 느낌이었다.




이렇게 책을 읽고 회사로 돌아갈 때는 강변산책길을 걸으며 자연을 음미했다. 온통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와 꽃들은 내 마음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 속에 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절로 느낀다.


감사함과 행복으로 충만해진 점심시간은 나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마음은 행복으로 충만하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로를 걸으며 ‘진짜 이 시간이 너무 좋다’ 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의 조각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행복하다. 하루 중 작은 조각같은 시간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어 행복하다.

앞으로 내 점심시간은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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