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아침이었다.
나는 평소에 고데기로 머리에 웨이브를 살짝 주고 풀고 다니는데, 이 날도 고데기로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
한참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 있던 수지가 내가 뭐하는지 보러 안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머리를 풀고 있는 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똥머리해~!"
대뜸 똥머리를 하라는 수지의 말에 “왜? 엄마는 머리 풀고 갈 거야"라고 말했다.
평소에 내가 머리를 풀고 다녀서 수지도 내가 푼 머리에 익숙하고, 내가 머리 풀면 공주 같다고 이쁘다고 했던 수지인데 갑자기 똥머리를 하라니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
“엄마 똥머리해 제발~ 머리 풀면 바람에 머리 날아가잖아~ 엄마 대머리 되면 어떡해~?!”
이 말을 듣고서야 수지가 나에게 왜 똥머리를 하라고 헸는지 이해했다.
요즘 한파로 날이 많이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그래서 전 날 아침에 수지 등원 길에도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는데, 풀어헤친 내 긴 머리카락이 강한 바람에 마구 휘날리면서 내 얼굴을 다 덮었다.
수지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손을 흔들며 나를 보는데 그 순간 나는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얼굴을 마구마구 맞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많이 날리는 걸 보고 수지가 걱정한 것 같다. 엄마 머리카락이 다 날아가서 대머리 되면 어떡하지 하며.
그래서 수지는 나에게 제발 똥머리 하라고 간절히 말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아이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의 순수함에 또 한 번 반했다.
그리고 나는 수지를 다독였다.
“수지야 엄마 머리 안 날아가~ 대머리 안돼~ 괜찮아!”
난 다시 고데기를 했고, 웨이브 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아침 등원길을 나섰다. 이 날은 전날보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고, 나는 차분한 머리카락을 유지하며 수지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수지도 아마 속으로 '오늘은 엄마 머리카락이 안 날아가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세차게 휘날리던 머리카락 때문에 놀란 수지를 생각하니 계속 웃음이 난다.
나에게 제발 똥머리 하라고, 대머리 되면 어떡하냐는 수지의 말을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
아이랑 있으니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웃을 일이 많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