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는 길

김해공항 왕복 도전

by 램램

결심의 시작


서울에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부산에도 강풍으로 인한 추위가 어마어마했던 날.

서울로의 비행기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새벽녘부터 창밖은 바깥과의 온도차 때문에 하얗게 김이 서려있었고,

뉴스에서도 강추위를 알리는 날씨예보가 이어졌다.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하나,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가서 30분 정도를 간 뒤 환승하여 또 10분 정도를 가는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환승하는 것까지 합하면 넉넉히 1시간 40분-50분 정도의 시간.

반면 운전을 하면 소요시간 50분이었다.

추운 날씨까지 고려하면 운전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몸이 편하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초보초보 생초보의 마음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내가 차를 몰고 우리동네 수영구를 벗어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바로 서쪽 남구, 바로 동쪽 해운대구 정도가 최대로 갈 수 있는 행정구역이었다.

좀 더 먼 동래구에 갔던 날, 깜빡이를 반대로 넣고, 내비게이션도 제대로 못 봐서 길을 돌아가는 등

민폐 운전자가 된 자괴감에 며칠을 괴로워했다.

이후 수개월 동안 해운대구 이상은 가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추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혹은 덕분에) 그리고 1박 2일의 짐을 담은 무거운 가방 덕분에

차 키를 손에 쥐어보았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내비게이션에 김해공항 주차장을 입력하고, 경로를 훑어보았다.

익숙한 코스였지만 혼자 운전해 가는 건 최초였다.

자주 막히고, 트럭도 많은 고가도로를 내가 과연 잘 통과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차가 많지 않은 시간이라 동네 운전은 무사히 통과했고,

터널까지 무사히 진입했다. 터널을 지나자마자 고가로 올라서야 하는데,

내비게이션이 다른 길로 가라고 해서 고민했지만

터널을 나온 직후의 차선 변경에 자신이 없어 그대로 고가도로에 올랐다.


고가는 정체상태.

이래서 네비가 다른 길로 가라고 했던 거였군.

앞차와의 간격을 잘 유지하면서 느릿느릿 전진했다.

정체가 풀리자마자 차들이 쌩쌩 지나가기 시작하는데

나는 나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차들이 계속 나를 앞질러 갔다.

(그래도 흐름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고가를 빠져나가는 급커브 구간에서 내가 너무 답답했는지 뒤차가 한번 경적을 울리긴 했다.

죄송합니다....

다행히 공항 근처 도로는 길도 넓고 통행량도 적어 맘이 놓였고 무사히 공항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 국제선 주차장이긴 했지만.


KakaoTalk_20220127_145013207.jpg 국내선을 타지만 국제선 주차장입니다


주차를 하고 문을 여니 찬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왔다.

한 시간이나 운전을 한 적이 없어서 어깨와 허리가 뻐근했다.

아마 초긴장 상태로 핸들을 잡고 있어서 더 그럴지도.

왔으니까 갈 때도 다시 운전해야 한다는 걱정과 함께 서울로 향했고 ,

서울에서도 잊을만하면 운전 걱정하는 나에게 내 친구는

"대리기사 불러"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긴 했으나 그 경우 최소 5년은 부끄러울 일이 될 것 같았다.

다음날 김해공항으로 돌아와 다시 차와 재회하여 집으로 향했다.

고가도로에서 얼떨결에 다른 길로 새 버리긴 했지만

다행히 제대로 가는 길을 바로 찾아 큰 문제없이 집에 도착했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나에게 경적 울린 차도 없었다!

후들후들 떨리는 어깨로 엄마에게 전화하여 엄마 딸이 공항까지 왕복 운전했다고 자랑도 했다.

(일기에도 썼다)


공항 한 번 간 걸로 이렇게 긴 글을 쓸 일인가 싶지만.

2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초보 초보 왕초보에게는 이 또한 몸과 마음에 새겨진 강렬한 기억인가 보다.

몇 년 후에는 '그땐 그랬지' 하며 이 글을 다시 보게 되리라는 믿음으로.

초보는 오늘도 부릉부릉.



매거진의 이전글운전을 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