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첫 출시되어 인기를 끌었다가 저작권 관련 이슈를 해결하지 못해 사라져 버린 포켓몬 빵이 다시 돌아와서 대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조사인 SPC삼립 역시 품절 대란, 끼워 팔기, 리셀까지 발생하는 시점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혈안이다. 재출시한 지 4주 만에 판매량은 600만 개를 넘어섰고, 띠부씰(제품에 동봉된 캐릭터 스티커)은 중고 사이트에서 빵 가격보다 작게는 3배, 비싸게는 50배 넘는 가격에 리셀되고 있다.
주 소비층은 대게 편의점에서 포켓몬 빵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재고가 없다 보니 '포켓 CU'라는 어플 다운로드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왜 와이? 포켓 CU 어플에 '핫이슈 상품' 찾기라는 기능이 있기 때문. 어플을 설치해서 현 위치 기반 편의점을 탐색하고, 거기서 포켓몬 빵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기능의 이용률은 포켓몬 빵 출시 이전보다 약 88% 증가했다.
시대에 따라가려고 노력하지만 흔한 마케팅 수단에는 절대 현혹되지 않는 나는 이 포켓몬 빵 대란 속에서 혼란에 빠졌다. "저 엄지만 한 스티커 휴대폰에 붙이려고 저렇게 발품 팔러 다니는 건가?" 그 '뮤'라는 캐릭터 스티커 쪼가리가 희소성의 가치가 얼마나 된다고 5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매하냐는 것이다.
가장 비싼 리셀가를 자랑하는 '뮤' 띠부씰
왜 10~30 세대는 포켓몬 빵에 열광하는가? 차라리 게임 로스트 아크와 콜라보를 통해 출시했던 '힐러라면'과 '딜러라면'은 급상승 중인 로스트 아크의 인기, 게이머들이 게임하면서 컵라면을 자주 소비한다는 점, 오뚜기 브랜드가 가지는 신뢰성, 그리고 동봉된 변변찮은 보상의 게임 쿠폰보다 의외로 맛있었던 라면 맛에 의한 입소문 때문에 판매 실적이 좋았다는 분석이라도 할 수 있었다.
"포켓몬 빵은 맛도 별로인 것 같고, 스티커도 쓸데도 없는데..."
하지만 이런 포켓몬 빵이 이 정도의 파급효과를 일으키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추억 보정 : 그때 그 시절 우리들의 향수
지금처럼재미있는 놀거리나 문구류등이 다양하지 않았던 1998년 당시에 샤니에서 출시했던 포켓몬 빵의 띠부씰은 당시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흥행과 비례하여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포켓몬스터라는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즐겨보고 해당 제품을 구매했던 사람들은 2022년 오늘날 경제력을 가진 '2030'세대이다. 싸이월드 세대가 '프리스타일-Y'나 '씨야-사랑의 인사'같은 노래들을 들으며 그 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것처럼, 그 당시 포켓몬 띠부씰을 모았던 우리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띠부씰'을 위해 구매하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여행을 하기 위해"가 아닌가 라는 소견이다.
어쩌면 과거의 기억 중 안 좋은 part는 쏙 빼버리고 좋은 기억만 편향하여 기억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요즘 말로 '추억 보정', '과거 미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심리학적 표현으로는 같은 뉘앙스를 가진 '므두셀라 신드롬'과도 같다고 볼 수 있겠다.
2.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하지만 그렇기에 특별하ㄷr
우리는 '포카'라고 불리는 아이돌들의 사진 카드(서비스 상품)를 받기 위해 피자를 주문하거나 공연을 보러 간다. 프리퀀시라고 불리는 리유저블 컵이나 다이어리, 미니 캐리어를 받기 위해 스타벅스에 가서 마시지도 않을 커피 수십 잔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런 주객전도 현상을 '왝더독 현상'이라고도 부르는데. Wag the dog이라는 말 그대로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으로 '덤을 이용한 마케팅'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백여 가지의 종류와 포즈를 가진 포켓몬스터 띠부씰은 메인 상품인 빵에 덤으로 얹어주는 item이다. 하지만 원하는 띠부씰을 직접 골라서 구매할 수 없기에 우리는 '가챠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귀여운 띠부씰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빵을 또 구매한다. 결국 '덤'때문에 빵을 산다는 논리다. 띠부씰은 그런 희소성을 가진 덤이니까 상당히 매력적이고 자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3. 너도 나도 인증 열풍. 나도 살래! 나도 자랑할래! 난 Trendy 하니까
빵도 별로 안 좋아하고 띠부씰도 관심 없지만 버젓이 구매해서 띠부씰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유행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스토리를 넘기다 보면 띠부씰 인증이 올라오고, 당근 마켓에서는 귀엽고 희귀한 띠부씰 거래가 오간다. 딱히 제품에 관심 없지만 단순히 '유행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우리는 '편승 효과' 혹은 '밴드왜건 효과'라고 일컫는다. 포켓몬보다는 뽀로로나 또봇 같은 캐릭터들이 더 익숙한 오늘날 10대들도 포켓몬 빵에 열광하는 이유다. 특히나 유행에 더욱더 민감하고 '인증 세대', '귀엽거나 튀어 보이면 쓸모없어도 사는 세대'들에게 포켓몬 빵의 유행은 당연히 그들의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 관계일지도 모른다.
포켓몬 빵 대란으로 인해 삼립 측에서는 재미 좀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빵 자체의 맛 때문에 꾸준히 구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인증 열풍과 과거 향수의 바람이 같이 불며 유행성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기에 언젠가는 다시 열기가 식지 않을까 싶다. 단기적으로는 생산 유통 시스템에 투자한 만큼 회수가 되는 제품 역할을 해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농심의 새우깡이나 신라면 같은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지는 미지수라는 소견이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다각화 밎 극대화 하고 싶다면 다른 식품, 포켓몬 굿즈 등을 생산하여 구매폭을 넓히는 것이 좋은 도전이 될 거라 생각하나, ESG경영이 떠오르는 시점에서 스타벅스 프리퀀시 대란처럼 띠부씰과 같은 굿즈를 얻기 위해 소비되지 않은 빵들과 플라스틱이 무더기로 버려지는 일에 대해서도 기업의 이미지 측면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