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외국에 사는 티를 씨게 내려는 사람들이다. 특히 유학생이나 이민자가 많다. 필요 이상의 TMI로 ’나 해외에 나와 살고 있어. 부럽지?’라는 듯한 부류. 나도 해외생활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못 배운 열등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분명 전화 통화하느라 택배를 놓친 것이라고 글에 써두었지만,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으며 ‘나 일본에 산 경험 있어’를 시전하고 있다. 저런 사람들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외국 나와 사는 게 벼슬인가? 왜 저렇게 다들 티를 내고들 싶어 하는지.. 티 내고 싶으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하면 되잖아 ‘
저렇게 꾸역꾸역 티 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지 궁금하다. 정보를 줄 목적이면 친절하게 알려주던가, 아니면 조용히 지나가던가, 뭐 어쩌란 건지 나도 모르겠다.
사실 기분 나쁜 건 마지막 줄이다.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도 맞고, 못 받았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근데 남의 집 택배함 설치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내 기준에 오지랖이다.
몇 년 전, 호텔에서 치킨을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해당 업체에서 뭔가 일이 잘못 꼬여, 일본에서 여행온 여자분들의 치킨이 나에게 배달 왔다. 결국 나는 돌려주었고 다시 치킨을 받아서 호텔로 올라가야 했다.
그 상황에서 그 일본여자 두 분의 통역을 도와주고 있던 한국 분이 있었다. 그분이 이 일을 나의 잘못으로 오해했는지 나를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리며 지나갔고, 꽤 억울했던 기억이다.
남을 도와주는 건 좋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해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괜찮지 않다. 허세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꼴 보기 싫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그렇게 티 내지 않아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거라면 만족하면 된다. 그렇게 티를 낼 필요가 없다.
티 내지 않으면 ‘그 정당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면. ‘해외에 사는 이유가 우월감 때문’이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