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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inar Flow Jul 13. 2022

안주만 20개 주문한 한국인에 두 번 놀란 현지인들



낮에는 도시락 하나 먹고 걷기만 해서 저녁에는 폭식하고 싶어졌다. 여행 다니며 여러 가지 먹긴 했는데 제대로 된 이자카야를 한 번도 안 가봤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밤에 이자카야 가자고 졸랐다. 흔해빠진 일본 이자카야 갈 생각을 왜 한번도 안 했을까? 





술에 관심 없데도 이자카야인데 안주만 먹고 가기엔 이상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맥주 한잔 가볍게 주문. 여자 친구는 우롱 하이 주문했던 것 같다. 슬슬 몸을 풀고 메뉴 받을 준비를 한다. 

여긴 와타미. 아마 안 망했다면 아직 강남에도 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자카야는 귀찮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게, 일본인들은 여러 가지를 순차적으로 주문하는 편인데,

예전에 동생과 기타큐슈 갔을 때 3시간 한정 뷔페에 갔는데, 한 방에 3개 메뉴를 주문하니 주방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그런 문화인 것 같다. 뭐 그래도 답답하신 분들은 그냥 막 주문하면 된다고 생각, 지금은 21세기니까.





우선 풀부터 시작해 위장을 트레이닝하기로 했다. 





보시다시피 문어 안주. 이 메뉴가 술 마실 때에 정말 좋은 듯. 맥주, 니혼슈, 소주 등등 어디에도 어울리는 메뉴. 특히 감칠맛이 좋음.





가라아게가 재미있는 이유는 치킨처럼 다 스타일이 다르다는 거다. 전날에 주방장이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 게 아니라면 대개 괜찮은 편이다. 가라아게 못하는 집은 일본에서 거의 못 본 것 같다. 





야키토리 세트를 주문했다. 닭 부위별로 다양한 세트가 있길래 몰래 주문했다. 일본 야키토리는 한국 꼬치와 달리 껍질이나 가슴 연골만 모아서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에서 소고기를 부위별로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이용하듯, 일본은 닭고기를 부위별로 나눠 사용한다.





교자도 집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큰 차이를 내는 건 오히려 기름인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교자는 히로시마의 잇푸도 라멘의 교자였다. 아마 거기 교자는 구울 때 양파 기름을 사용한 걸로 예상하고 있는데, 기름 향에 따라 교자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편. 교자도 따지고 보면 맛없게 만들기가 어려운 메뉴기에 취향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이쯤 되니 같이 간 여자 친구가 배부르지 않냐고 묻는다. 나는 아직 절반도 안 찼는데 무슨 소리냐며 메뉴판이나 달라고 했다.





이 안주는 소주류에 강력 추천. 





중간중간 먹느라 사진을 다 못 찍었지만, 디저트까지 우리는 20개가 넘는 메뉴를 주문했다. 안주 실컷 먹고 밥까지 주문하니 직원이 좀 놀라는 눈치였다. '에? 그렇게까지 처먹고 또 처먹는다고?'라고 안 했기를 바랄 뿐.





그런데 인간적으로 저 양들을 봤을 때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10개는 시켜야 할 것 같지 않은가? 한국인은 쌀이 들어간 요리를 먹기 전까지 모든 메뉴는 어차피 디저트니까 말이다.





두 명의 현지인은 아직 한국인의 식성을 잘 모르는 게 아닐지? 모르긴 몰라도 여기가 만약 대학로 앞이고 남녀가 섞여 어깨춤을 추기 시작하면 메뉴 40-50개는 우습게 작살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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