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상상
벌써 세번째 허탕질이었다. 웬놈인지 찾아갈 때마다 자리에 없어. 나도 괜시리 마음이 긁힌 탓에 미리 전화하고 오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무시하고 10층까지 올라와서 전화해 보니 이번엔 빠져나올 수 없는 회의란다. 문만 열고 나오면 될 것을 그거 하나 살짝 못나오나 싶어 욱했지만 억지로 구겨넣으며 내 다시 들르겠노라 말했다.
네번째 향하는 날은 날씨가 꿀렁꿀렁하더니 결국은 비가 쏟아졌다. 허겁지겁 둘러쓴 우비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건물에 들어서니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를 보고 경비들이 더 지랄들이다. 하여간 후진 건물에서는 경비들이 제일 꼴불견이다.
이 인간이 과연 오늘은 카드를 수령할 것인가. 살짝 밀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이 생긴 보안문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나올 수 있단다. 어디 숨겨져 있었는지 물기가 계속 바닥을 적신다.
멀끔하게 생겨 하얀 와이셔츠를 걸친 젊은 아이가 나왔다. 매번 오셔서 허탕을 치셨다며 죄송한데다 날씨까지 협조를 안해준다며 멋쩍게 웃는다. 나야 뭐 먹고 살고자 하는 일이니 니가 죄송할건 없다만 네번째에 수령하는건 아니지 않냐. 니가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오늘 날씨가 그래서인지 기분이 꿀꿀하네요. 학교다닐때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그래 니가 죄송할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