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kna씨 힌두사원 가는날

발리

by 뭉군

한때 관광객들로 붐비던 발리 사누르(Sanur) 지역은 이제 식어버린 열기가 바닷가 곳곳에 가라앉아 있는 한적한 동네다. 주로 발리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자바섬 등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에서 일하러 몰려든 외지인들은 주로 관광업이 성행하는 꾸따(Kuta)나 스미냑(Seminyak) 근처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덱나(Dekna)는 프리랜서 운전기사로, 사누르에서 태어나고 자란 발리인이다. 물론 앞으로도 뼈를 묻을 기세다. 여느 발리인처럼 정성스럽게 하루 세번 신에게 짜낭 사리(Canang Sari)라 불리우는 공양을 드리고 일요일이면 집 근처 힌두교 사원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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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러한 생활패턴이 덱나를 프리랜서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라마단 기간에만 몰아서 휴가를 내는 무슬림 인도네시아인들과는 달리 힌두교 발리인들은 온갖 공양에, 예배에 종교적으로 분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적 분주함은 발리인들의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리인들의 집에서는 신을 모시는 사당이 마당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데 그 크기가 꽤나 널찍하다. 사람 사는 방보다 더 큰 사당을 보유한 가정들도 수두룩하다. 아마 이러한 종교적 분주함을 타고 무슬림 인도네시아인들이 발리인들의 일자리를 상당수 접수했을 것이다.

힌두사원에 향하는 날에는 몸도 마음도 경건해야 한다. 머리엔 우둥(udeng)이라는 터번모양의 모자룰 둘러쓰고 사롱(sarong)이라 불리우는 아랫도리를 둘러 한껏 예를 갖춘다. 위 아래로 하얗게 단장하면 비로소 신에게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예배는 하루 종일 진행된다. 하지만 의식의 백미는 오후에 벌어지는 영매들의 행진이다. 해가 저물 무렵 힌두사원을 가득 메운 교인들은 기도 목적 이외에도 이른바 신들린 영매들의 행진을 목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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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함을 내뿜는 신도들은 나름 접신의 표식을 저마다 지니고 있다. 기쁜 나머지 괴상한 소리를 지르는 아낙이 있는가 하면, 뾰족한 단검을 들고 자신의 배를 향해 연신 콕콕 눌러대는 어르신도 계신다. 우리로치면 마치 능숙한 무당이 날카로운 칼날 위를 뛰어다니는 격이다. 물론 이미 신을 만나고 돌아와 거품을 물고 쓰러져 질질 끌려가는 아주머니도 계신다.


이들을 지켜보는 평신도들의 표정에는 생각지 못한 유쾌함이 서려있다. 특히 온 몸이 땀에 젖어 다리에 힘이 풀린 영매들을 부축하는 동네 청년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생각을 않는다. 매주 겪는 광경일텐데, 구경하는 이들의 촬영 경쟁도 만만치 않다.

예배를 마치면 어느새 어스름이다. 삼삼오오 모여 시장에 들러 저마다의 허기를 채운다.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양념이 잔뜩 묻혀진 사떼(Satay) 굽는 냄새를 그냥 지나치긴 어렵다. 아주머니가 화롯불 불씨를 유지하기 위해 연신 부채질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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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깎여 사라지는 돼지머리가 진열된 바비굴링(Babi Guling)가게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당췌 어느 부위인지 유추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썰어 내놓는 돼지의 각 부위들을 먹고 있노라면 내일 아침 나의 장이 제대로 기능할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평생을 바비굴링과 함께 보낸 덱나씨에게 바비굴링 한끼에 섞인 파리 지문 따위는 일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