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가 영철이로 바뀐 스토리
딸의 과제 표절 시비를 보고
"으악!"
어느 날 오후, 딸애 방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나는 놀라서 방문을 열어젖히고 안에 들어가 보니, 딸이 노트북을 켠 채로 금방이라도 던져 버릴 듯한 기세였다.
대학 4학년인 딸이 오늘은 허리가 아프다고 학교에 안 갔는데,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더니 저러는 거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과제를 한 딸은 아침과 점심을 패스하고, 오후 두 시에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노트북부터 켜 보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한 모양이다.
" 아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아, 짜증 나.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누가 내 과제를 베껴서 그대로 토시만 조금 바꿔 제출한 거야. 표절말이야, 표절!"
"토시를 어떻게 바꿨는데?"
" 예를 들어 영수란 이름을 영철이로 바꾸고, 피었다를 피었습니다로 바꿔서 제출했어. 표절을 했다고, 표절말이야!"
"뭐? 어떻게 그게 가능해?"
나는 딸이 같은 과 학생으로부터 표절을 당했다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다.
그런 것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나 노래에 해당되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표절과 창작자의 저작권문제는 우리에게도 가까이에, 아니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다음부터 사과문을 받아내 교내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 것과, 사과문의 내용 수위는 어느 정도로 할까 고민하며 분주했다.
그런데 가해학생이 사과문 게시를 내일로 연기할 수 있냐고 부탁했다. 나는 안된다고 했으나, 착한 딸이 너그러이 봐주었다.
우리 부부는 문창과에 다니는 딸이 이런 표절시비로 상처받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딸의 마음을 다독이려 애썼다. 딸이 좋아하는 비싼 멜론도 사고, 저녁에는 오삼불고기로 온 식구가 행복한 저녁 한때를 보낼 때, 남편이 딸에게 이러는 거다.
"그래도 네 글이 얼마나 좋았으면 표절까지 했나 싶어 난 기분이 좋네. 우리 딸, 최곤데!"
딸이 다시금 활짝 웃고 평소처럼 까분다.
다음 날 사과문 내용이 올라와 딸에게서 들어보니, 마치 실수로 인해 자기 글에 내 딸의 글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하는 사과문이었다.
이건 팩트와 거리가 먼 사과문이었다.
딸은 가해자학생이 착한 학생 코스프레를 하는 모양인데, 너무 세게 압박하면 안 될 거 같다며, 이만 하자고 했다.
아니지 아니야, 내가 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럼 넌 계속 억울한 학생이 될 수밖에 없어.
그 앤 결국 표절도 안 한 걸로 여겨질 수도 있어. 내가 사과문을 빨리 받아야 한다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야.
이 학생은 사과문을 하루 연기한 게, 시간을 벌어서 어떡하면 잔머리를 굴려서 자기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는 방법을 강구한 거라고.
내가 딸에게 따따부따 말이 많으니까, 딸이 불 끄고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자기가 애냐고, 알아서 그 학생한테 다시 따지겠다고.
밖에서 초조하게 삼십 분쯤 기다리며 있었을까.
이제 다 보냈겠지 싶어,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 그 애한테 문자 보냈어? 어디 보여줄래?"
"표절은 명백한 잘못인데 부주의라고 얼버무리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사과문의 내용에 사과의 진짜 내용이 담겨있지 않고, 단순히 죄송하다는 말로 덮어버리는 것은 2차 가해입니다."
이렇게 똑순이 우리 딸이 자신을 지켜내고 있었다. 단지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생긴 피부는 지키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