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영수가 영철이로 바뀐 스토리
딸의 과제 표절 시비를 보고
by
강소록
May 27. 2025
"
으악!"
어느 날 오후, 딸애 방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나는 놀라서 방문을 열어젖히고 안에 들어가 보니, 딸이 노트북을 켠 채로 금방이라도 던져 버릴 듯한 기세였다.
대학 4학년인 딸이 오늘은 허리가 아프다고 학교에 안 갔는데,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더니 저러는 거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과제를 한 딸은 아침과 점심을 패스하고, 오후 두 시에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노트북부터 켜 보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한 모양이다.
" 아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아, 짜증 나.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누가 내 과제를 베껴서 그대로 토시만 조금 바꿔 제출한 거야. 표절말이야, 표절!"
"토시를 어떻게 바꿨는데?"
" 예를 들어 영수란 이름을 영철이로 바꾸고, 피었다를 피었습니다로 바꿔서 제출했어. 표절을 했다고, 표절말이야!"
"뭐? 어떻게 그게 가능해?"
나는 딸이 같은 과 학생으로부터 표절을 당했다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다.
그런 것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나 노래에 해당되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표절과 창작자의 저작권문제는 우리에게도 가까이에, 아니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다음부터 사과문을 받아내 교내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 것과, 사과문의 내용 수위는 어느 정도로 할까 고민하며 분주했다.
그런데 가해학생이 사과문 게시를 내일로 연기할 수 있냐고 부탁했다. 나는 안된다고 했으나, 착한 딸이 너그러이 봐주었다.
우리 부부는 문창과에 다니는 딸이 이런 표절시비로 상처받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딸의 마음을 다독이려 애썼다. 딸이 좋아하는
비싼
멜론도 사고,
저녁에는 오삼불고기로 온 식구가 행복한 저녁 한때를 보낼 때, 남편이 딸에게 이러는 거다.
"그래도 네 글이 얼마나 좋았으면 표절까지 했나 싶어 난 기분이 좋네. 우리 딸, 최곤데!"
딸이 다시금 활짝 웃고 평소처럼 까분다.
다음 날 사과문 내용이 올라와
딸에게서 들어보니,
마치 실수로 인해 자기 글에 내 딸의 글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하는 사과문이었다.
이건 팩트와 거리가 먼 사과문이었다.
딸은 가해자학생이 착한 학생 코스프레를 하는 모양인데, 너무 세게 압박하면 안 될 거 같다며, 이만 하자고 했다.
아니지 아니야, 내가 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럼 넌 계속 억울한 학생이 될 수밖에 없어.
그 앤 결국 표절도 안 한 걸로 여겨질 수도 있어. 내가 사과문을 빨리 받아야 한다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야.
이 학생은 사과문을 하루 연기한 게, 시간을 벌어서
어떡하면
잔머리를 굴려서 자기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는 방법을 강구한 거라고.
내가 딸에게 따따부따 말이 많으니까, 딸이 불 끄고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자기가 애냐고, 알아서 그 학생한테 다시 따지겠다고.
밖에서 초조하게 삼십 분쯤 기다리며 있었을까.
이제 다 보냈겠지 싶어,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갔다.
" 그 애한테 문자 보냈어? 어디 보여줄래?"
"표절은 명백한 잘못인데 부주의라고 얼버무리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사과문의 내용에 사과의 진짜 내용이 담겨있지 않고, 단순히 죄송하다는 말로 덮어버리는 것은 2차 가해입니다."
이렇게 똑순이 우리 딸이 자신을 지켜내고 있었다.
단지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생긴 피부는 지키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keyword
응모부문_산문
표절
사과문
21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강소록
단순한 일상에서 소금기 빼고, 달달한 웃음기 더하면서 유치한 발상을 추구합니다. 숨쉬는 법을 글 속에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65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작가의 이전글
집으로 가는 산책로
자작시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