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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산책로
동네 치과를 다녀온 후
by
강소록
May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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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임플란트를 치료하기 위해 지난주 단골 치과에 찾아갔었다.
아들보다 나를 더 반기는 간호사쌤의 영업으로, 오늘 오전 11시에 정기검진 예약을 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비도 오지 않고, 그다지 덥지도 않아 걸어서 한 20분 거리를 걷기로 시도해 보았다.
갔더니 치과 원장님과 간호사쌤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
아드님이 아주 잘 생기셨던데요. 연예인 같아요. 진짜루!"
나는 누운 채로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고 있어서 뭐라 대답도 못하고, 눈빛으로만 감사의 말을 전할 뿐이었다.
'
잘생긴 얼굴이 앞니가 빠져 영구가 됐으니, 임플란트가 예쁘게 잘 돼야 할 텐데 말이죠.'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아유 참 잘하고 있어요 말을 들으니, 괜히 으쓱해서 더 입을 크게 벌렸다.
"
사랑합니다. 고객님.
"
간호사님의 구애를 받으며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내려왔다.
계산을 하려는데 의사 선생님이
잠깐만요
하고
부르시는 것이다.
"
어머니, 아드님 소개도 해 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저번에 남편분도 오셨었죠. 감사드려요. 오늘 때운 거랑 스케일링한 거는 그냥 해 드릴게요.
"
' 얏호! 개이득!' 난 속으로 외치며 감사인사를 했다.
가족영업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모든 단골은 좋다는 게 이런 데서도 증명이 되는 셈이다.
병원을 나서니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서 광대에 올라온 기미가 신경이 쓰였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나만큼 키가 크고 선캡을 쓴 여자가 전도지와 물티슈를 나눠주고 있었다,
' 나한테 오면, 고맙다고 하고, 교회 다닌다고 해야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나는 물티슈를 받았다.
" 감사합니다. 저 교회 다니고 있어요."
그러자, 그 전도대원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시 물었다.
" 정말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고 있는 걸 느끼세요?"
" 네? 글쎄.."
"그럼 물티슈는 예수를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 좀 해 주실래요?"
"아. 네.. 저 물티슈 많아요. 수고하세요;"
'아, 나 참 나. 괜히 교회 다닌다고 해가지고, 그게 그냥 물티슈만 있는 게 아니라, 구성이 알차서 안경닦이랑 물티슈, 휴지 세트였다구.'
'괜찮아 매번 당첨일 순 없잖아. 한 번은 개이득이었으니, 한 번은 개손해 본거지 뭐.'
터덜터덜 횡단보도를 건너가서 도로변을 산책 삼아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집까지 거의 다 왔을 무렵, 초등학교가 있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혼자만의 산책이 주는 이로움은 사색과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때에도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가로수 산책로를 걷다가 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즈음에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란 걸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남과 비교하면서 힘겨워하고 있었다.
특히, 글을 쓰면서 내가 많은 에세이를 남겼지만, 몇몇 많지 않은 독자에게 공감을 받은 반면, 단 한 두 개의 작품으로도 훨씬 많은 구독자에게 공감받는 작가들도
있는 걸
확인한 순간, 의욕이 저하되고, 의기소침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점검부터 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 하며, 비교하려는 마음부터가 교만이라고 생각했다.
산책로에 나무들을 보니 우람하게 높이 솟은 큰 나무들도 있고, 중간 키의 나무도 있고, 키 작은 앉은뱅이 나무들도 있었다. 그리고 흙 위에 깔려있는 풀들도 예쁘게 자라 있었다.
이 모든 나무와 풀들과 꽃이 제 각각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우리가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만약 모두가 키 큰 나무가 되고 싶다고 해서 다 키 큰 나무만 있다면, 볼품없을 것이다.
인간사회도 각자 가진 성품과 능력과 환경에 따라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의 색과 향기와 역할을 나타내면 이 세상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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