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nymoushilarious Dec 15. 2022

성녀인가 제물인가

넷플릭스 '더 원더' 리뷰

한 영국인 간호사, 립이 아일랜드로 향한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살아있는 한 소녀, 애나의 생존 이유에 대해 파헤치는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임무를 부여한 위원회 사람들은 그들이 정한 답,  소녀가 아일랜드에 내려온 성녀라는 것에 대한 입증이 필요한 듯 보인다. 하지만 립은 먹지 않고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주장하그 진심으로 애나를 걱정하고 가족들을 설득하고자 한다. 하지만 애나의 가족 또한 먹지 못해 서서히 죽어가는 애나가 성스럽게 죽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애나 자신 조차도 자신을 그렇게 몰아가는데........


1. 애나는 그저 제물이었을 뿐

필자는 학문적 관점에서의 종교 외에 믿음의 영역에서의  종교에는 관심이 없다.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원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남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믿음이 그 사람의 삶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종교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에 종교를 이용하는 것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맹신하며 자신과 달리 신실하지 않은 사람들을 구원받지 못할 몹쓸 사람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위선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을 가진 인간으로서 이 영화는 답답함을 선사한 영화였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답답함을 유발하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애나는 성녀가 아니다. 애나는 제물이었다. 그저 한 아이를 희생해 각박한 아일랜드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른들의 압박감을 극복해내려고 했던 이기심이었을 뿐이다. 각자의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충분히 용인 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고 그 이기심은 결코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종교의 역사 속에서 마녀 사냥을 자행했던 인간의 이기적인 역사를 되풀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게다가 당사자인 애나 또한 자신이 당하고 있는 것이 가스라이팅인 줄 모르고 어른들의 말없는 폭력에 그저 순응한다. 오빠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자신을 혹사한다. 인간의 삶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달리 말하면 어린 아이에게 이런 짐을 지워야 했던 아일랜드의 상황도 짐작할 수 있다. 대기근으로 종교 말고는 기댈 곳이 없던 아일랜드인에게 메시아의 등장은 얼마나 희망을 갖게 했었을까. 그리고 딸을 희생시킨 가족들도 그러한 사회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기에 사회가 그들을 가스라이팅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 시대 속에서 아직도 종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언제나 나약함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웠던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약한 인간이기에 누구도 그들을 비판만 할 수 없다.


3. 서로를 구원한 애나와 립

어쩌면 메시아는 멀리 있지 않다. 애나에게 메시아는 립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립에게도 애나는 구원자였다. 애나는 아이를 잃었던 립의 슬픔을 직시해 극복하게 만든 존재였고 애나에게 립은 사회와 가족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는 데 도움이 된 존재였다. 서로를 만나게 했던 점이 신이 있다고 믿게 되는 지점이었다.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그런 상황에 적절히 필요한 우연이 생길 때인데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서로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4. 총평

잔잔해서 조금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아이를 향한 인간의 이기심을 보고 분노한다면 이 영화에 스며든 것이다. 플로렌스 퓨 못지않게 애나 역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