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시즌 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던 1인, 그거 나다. 리뷰를 쓰는 데 있어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늦었던 점은 죄송하다. 사실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의 변명을 한다면, 딱히 이렇다할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괜찮다는 평을 많이 봐와서 어떤 점이 내 감상과 달랐을까 고민하다 보니 또다시 리뷰를 남기게 된다.
1. 대중성은 꽉 잡았지만
앞서 영화에 대해 특별할 것 없는 영화처럼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는 없는 영화이긴 하다. 눈에 띄는 결점이 있진 않다. 추리 장르의 묘미인 떡밥을 회수하는 재미 또한 있다. 곳곳에 숨겨진 트릭도 결말을 위해 잘 짜여져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여전히 주인공인 유명 탐정 브누아 블랑의 독특한 악센트 또한 한결 더 두드러지며 듣는 재미도 있다. 상업 영화로서는 문제는 없는 영화라고 평가한다.
다만 시즌제 영화는 결국 첫 번째 시즌의 강렬함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던가. 시즌제 영화가 가진 한계점일 텐데, 아무리 잘 만들어내도 첫 번째 시즌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 이번 글래스 어니언도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꽤나 잘만든 서사이고 긴장감도 있는 서사였지만 뭐랄까 앞전과 비교해 너무 '적당해' 보였다는 것이 맹점이었다고나 할까.
2. 추리덕후에게는 뻔히 보이는
뭐, 추리 장르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머리를 써가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재미 때문도 있겠지만 그저 오락을 위해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저 킬링 타임용 영화로만 보시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추리의 촘촘함도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범인이 너무 쉽게 보였을 것 같다. 나는 사실 범인이 영화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이 추리 게임을 가장 끝에서 관망할 사람, 피해자를 죽일 이유가 가장 많은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면 피라미드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추리의 과정에서 반전은 없어 조금 밍숭맹숭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악당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는 사이다 전개였기 때문에 엔딩은 시원했다. 역시 권선징악 전개는 클래식이고 클리셰 같지만 정말 완벽한 엔딩이 아닐 수 없다.
3. 본질을 흐리는 사람들에 대한 한 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메시지는 꽤나 강렬하다. 모든 기득권층에게 날리는 어퍼컷 같은 메시지가 담겼다. 휘황찬란한 말로 휘감은 사람 치고 멀쩡한 인간은 없다는 것, 그런 말로 형성된 관계만큼 위태로운 관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뭐랄까 친분을 강조하는 모임일수록 더 요란한 표현을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공중분해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였달까. 메시지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은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권력자가 될 수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짜들이 있고 우리는 가짜들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어야 하는 과제 속에서 살아간다. 진짜처럼 위장한 가짜는 눈에 잘 띄기 마련이고 상대방을 매혹시키기도 한다. 마치 성경 속 뱀처럼.
그래서인가 점점 안목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화려한 치장 속에 숨겨진 진짜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안목이고 이 시대는 안목만 키워도 성공한 삶이지 않을까 싶다. 모두들 사람이든 물건이든 명품을 곁에 두고 싶어한다. 하지만 옷만 하더라도 명품이 대중화되어 명품만 가지고 있다고 안목있는 사람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나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다양한 믹스 앤 매치, 명품이 아니더라도 좋은 제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것이다. 아무리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창의성은 모든 이들에게 발휘되는 능력은 아니기에 우리 모두 값이 비싸지 않더라도 좋은 품질과 디자인의 물건을 보는 안목부터 키워보자.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돌아다녀 보면서 말이다.